여성 의원들 ‘미투 운동’ 동참 검은 옷… 멜라니아는 흰 정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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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첫 국정연설을 한 미 하원 본회의장.
 곳곳에 검은 복장 차림으로 입장하는 여성 의원들이 눈에 띄었다. 대표적인 사람은 낸시 펠로시 미국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였다.

 낸시 펠로시 미국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가 '미투' 운동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검은 복장 차림을 하고 다른 의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낸시 펠로시 미국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가 '미투' 운동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검은 복장 차림을 하고 다른 의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앞서 미 뉴스위크는 30일(현지시간) “민주당 여성들은 성폭행과 성희롱으로 영향을 받은 여성들을 지지하기 위해 연설에서 검은색 옷을 입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에 연대를 보여준다는 의미다.

‘미투 운동’ 연대 표명 위해 # 낸시 펠로시 등 검은 의상 # 멜라니아 흰색 수트와 대비

 민주당 재키 스피어 하원의원은 지난 10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하원 여성 의원들에게 “할리우드·정치·군·학술계 등 다양한 분야 내 성추행과 성폭행을 이겨낸 사람과 연대하기 위해 검은 옷을 입자”고 호소하기도 했다.

 검은색 의상을 맞춰 입은 여성 의원들. 가슴 상단에는 1944년 백인 남성들에게 납치돼 강간 당한 흑인 여성 고(故) 레시 테일러를 의미하는 배지를 달았다.[로이터=연합뉴스]

검은색 의상을 맞춰 입은 여성 의원들. 가슴 상단에는 1944년 백인 남성들에게 납치돼 강간 당한 흑인 여성 고(故) 레시 테일러를 의미하는 배지를 달았다.[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의회의 흑인 의원 모임인 ‘블랙 코커스’ 일부 의원들은 아프리카 가나의 독특한 짜임방식으로 만든 전통 의상 켄테(kente cloth) 천을 어깨에 걸쳤다.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여야 의원들과 회의를 하던 중 아프리카 국가들을 겨냥해 ‘거지소굴(shithole countries)’이라고 지칭한 데 대한 항의 표시다.

특히 1944년 남성들에게 납치돼 성폭행 당한 흑인 여성 고(故) 레시 테일러의 이름이 적힌 배지를 가슴 상단에 달고 등장한 여성 의원들도 눈에 띄었다.

이날 퍼스트레이디인 멜라니아 트럼프는 흰색인 정장을 입고 등장해 검은 옷차림의 여성 의원들과 대비됐다. 뉴욕타임스(NYT)는 멜라니아 여사가 선택한 흰색 정장 차림에 대해 “지난 선거에서 그녀 남편(트럼프 대통령)의 경쟁자였던 힐러리 클린턴을 상징했던 옷”이라며 “민주당원들의 검은 물결에 대응하기 위해 선택했을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미 의회 전문지 더 힐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여성 비하 발언 등에 항의하기 위한 표시로 민주당 여성 의원들이 흰색 의상을 입기도 했다. 흰색은 미국 여성 참정권 운동의 상징색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미국 대선에 출마한 이후 수차례 성추문에 휘말렸다. 과거 그에게 성추행 등을 당했다는 폭로가 이어졌고, 민주당 여성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성추문에 대해 조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얀색 옷을 입고 등장한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 [EPA=연합뉴스]

하얀색 옷을 입고 등장한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 [EPA=연합뉴스]

 앞서 지난 7일 열린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장에서도 항의 의사를 표현하기 위한 검은 물결이 주목받은 바 있다. 당시 레드카펫을 밟고 입장하는 할리우드 배우와 감독 등 제작자들은 하나같이 검은 의상을 맞춰 입고 등장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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