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반전에 접어든 총선 취재기자 방담|합동 유세「비장의 무기」마련 고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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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6일부터 합동유세가 시작됩니다. 선거 전이 이제 본격적으로 중반전에 드는 셈인데 보통 첫 유세가 대세를 가름하는 첫 고비라고 보지요.
-그렇죠. 『누가 똑똑하더라』『누가 잘났더라』하는 평가가 내려지게 되거든요.
-그래서 후보들은 이 첫 유세를 휘어잡기 위해 「비장의 무기」들을 마련하느라 애를 쓰고 있어요. 중앙당에서도 시범연설문을 내려보내는 등 준비가 대단합니다.
-그런데 전국의 합동유세가 대부분 16, 17, 23일로 짜여져 야당바람을 일으키는데는 문제가 생긴 것 같아요. 서울의 경우 16일에 42개 선거구중 36개 구가 동시에 하도록 짜여져 있어요.
-민정당 입장에서 보면 같은 날 같은 시간에 합동유세를 치르면 쟁점확산도 막을 수 있고 바람도 축소되겠지요.
-지난 2·12선거 때는 운동권학생들이 유세 장을 몰려다니며 서울에서 바람을 일으켰고 그 기세가 지방으로 퍼져 갔는데 한날 한시에 해 버리면 학생지원도 분산될 수밖에 없죠. 또 언론보도에도 한계가 있고요.
-민정당 으로서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어요. 사람이 많이 모일 수 있는 시간·장소를 택하다 보니 토·일요일, 학교·공공기관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거죠.
-여하튼 여당 측이 준비가 치밀한데 비해 야당 측은 선거전체에 대한 컨트롤이 부족해 한방 먹은 것 같아요. 대구 서구 갑에서는 야당후보들이 함께 농성을 펴는 등 뒤늦게 반발하고 나서 말썽이 되고 있어요.
-이번 유세의 중심이슈는 5공화국 비리가 될 것 같아요. 구체적 폭로도 나올 거 고요. 5공화국의 출발과정이나 12·12사태, 광주사태, 이·장 사건 등 이 폭로될 수 있겠죠. 이미 14일 공화당은 유공인수문제를 들고 나오지 않았습니까.
-전두환 전대통령과 그의 인척에 대해 집중포화가 퍼부어질 겁니다.
-12·12, 광주사태 등 이 또다시 거론되고 권력형 비리관련자에 대해「구속」「처단」 「처방」「몰수」등 온갖 과격용어들이 동원되겠지요.
-5공화국과 6공화국이 기본적으로 같다는데 초점을 맞추면서 견제세력확보를 주장할 겁니다. 현 내각과 민정당의 13대 공천자중에 5공화국 관련인사가 많다는 점이 지적되고 구체적 이름까지 거론되겠죠.
-그러나 민정당 으로 선 전전대통령이 공직을 사퇴한 마당에 5·5공화국 운운하는 비난은 쉽게 받아넘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새마을비리도 단호히 처단했다고 선전할 수 있고요. 야당이 뭐라 건 계속 전경환씨 한 사람을 붙들고 수사하는 모습을 보이며 선거기간을 넘길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지방을 다녀 보면 전경환 사건의 충격을 과소평가해선 큰코다칠 거란 생각이 들어요. 검찰이 전씨가 70여 억 원을 횡령했다고 해도 아무도 안 믿으려 해요. 1천억 원이 넘을 거라는 등 근거 없는 소문들이 돌고 있거든요.
-야당에선 공천자중 30여명이 새마을 관련자라고 주장했는데 어쨌건 민정당 후보는 거의 제5공화국 비리 관련자라는 공세에 홍역을 치를 거예요.
-그러나 시골에 가면 그러한 공격에 재미있어 하긴 해도 그보다 지역공약이 더 먹혀요. 민정당은 그걸 노리고 있어요.
-실제 중소도시까지도 지역발전공약에 기대가 많아요. 5공화국 때의 몇몇 거물들이 나온 선거구가 산천이 변할 만큼 혜택을 받은 게 너무 뚜렷이 나타났거든요.
-때문에 여당후보들은 서로거물이라며 자신이 당선되면 고향을 변화시키겠다고 공약하고
있어요. 충남의 어떤 후보는 고속전철·서해안고속도로건설, 2년 제 대학의 4년 제로의 승격 등 엄청난 공약을 내걸더군요. 광명·안산의 민정당 후보들은 자신들이 당선돼야 땅값·아파트 값이 오른다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어요.
-서해안개발 바람을 타고 목포·여수·아산 등 서해안지역 민정당 후보들은 저마다 큰 항구를 건설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는데 이것들을 합하면 일본전체 항만시설의 2배가 될 정도라고 합니다.
-「도청쟁탈전」도 치열해요. 전남에서는 화순·순천·목포·나주 등 5∼6곳에서, 경북에서는 영천·구미·의성·경주 등에서, 충남에서는 공주·천안·홍성의 여당 후보들이 모두 도청유치를 장담하고 있어요.
-목포의 최영철 의원은 김대중바람을 역으로 이용해 『김대중씨가 못 푼 한을 내가 풀겠다』며 대권도전을 선언했는데 전남의 민정당 후보들은 은근히 그런 점을 풍겨요.
-문제는 그런 공약이 야당의 바람과 「견제세력」호소를 막아내느냐는 건데…. 막판으로 가면 집단 열병처럼 바람은 불게 마련이죠. 다만 2·12때처럼 한곳으로 몰아치는 강풍은 불지 않을지 몰라도 회오리바람 같은 것은 불게 될 겁니다.
-현재까지는 충청도의 JP 바람이 제법 세게 불고 있어요.
-김종필 총재는 지방나들이 후 지역구에서 최소한 30석을 자신하고 평민당을 제칠 수도 있다는 자신감을 피력했어요. 충남전지역석권을 장담하고 영남·강원도 괜찮다는 거예요. 의외로 주민지지가 좋다는 걸 피부로 느꼈기 때문이죠.
-선거결과를 봐야겠지만 야당판세가 바뀔는지도 모를 일이죠. 충청도는 김종필 총재를 다른 지역에서만큼 적극 밀어주지 못해 참패시켰다는데 따른 자존심과 두 김 바람에 대한 반작용까지 상승작용을 하고 있는 거죠.
-부산에도 바람이 부는 기미가 있다 죠. 지난번 김영삼 민주당 전 총재가 내려갔을 땐 썰렁했었는데….
-허삼수씨(민정)와 전체재야가 몰려 뛰고 있는 노무현 변호사(민주)의 동구대결장에서 바람이 이는 기색이 돌아요. 김 전 총재는 시민들 마음에 남은 애정을 북돋우려고 동분서주하고 있어요.
-뭐니뭐니해도 호남바람이 제일 거센 것 같아요. 김대중 평민당 전 총재가 호남전지역을 돌며 건 재를 과시했어요. 김 전 총재는「호남에서 바람이 안 일면 망신」이라는 식으로 반 애소 반 협박(?)입니다. 유권자들도 김 전 총재에게 여전한 애착을 보이고 있어요.
-평민당의 한 고위당직자도 전국적으로는 평민당 인기가 너무 없다고 실토하더군요. 그래도 김 전 총재에 대한지지, 호남사람의 한이 결국 평민당 표로 나타날 거라고 하더군요.
-결국 2·12 때는 태풍이 불었지만 이번엔 지역별로는 강풍, 서울에서는 애간장만 녹이는 살랑 바람이 부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는 야당후보도 많습니다.
-대도시에서는 야당이「바람조성 공동전선」, 여당이「바람막기 공동전선」을 계획하고 있는데 평민당이 서울지역 4곳에서 합동으로 대회를 치른 것도 그런 뜻이죠.
-민주당도 서울지역 공천 자 42명이 한곳에 모여 단합대회를 열고 여의도대회와 같은 바람을 일으킬 계획입니다. 부산에서도 22일쯤 대규모 단합대회를 할 예정이죠. 장외군중집회로 나가는 거죠.
-민정당은 부산서구에서 불교인대회·역술인 대회 등을 열어 김영삼씨 발목 잡기 작전을 하더군요. 여론전파 청년기동 타격 대를 운용해 다방 가·택시 등을 통해 역 여론을 전파하고 있습니다. 또 서울에서는 강남·강북 전체를 상대로 단일 팜플릿도 제작해 뿌릴 작정입니다.
-민정당은 군중대회에 굉장히 신경을 쓰는 것 같더군요. 노원 집회를 선거법으로 건 것도 그 때문인데 자칫하면 의외의 바람이 불수도 있어 난감해 하고 있어요.
-하여튼 이번 선거는 후보대부분이 정치 신인인데다가 소선거구제의 가변성 등으로 이변이 많을 것 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입니다. <정리=김진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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