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기획] 그녀, 파스텔에 꽂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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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은 '보물'이 아닙니다. '패션'입니다."

6~9일 홍콩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06 국제보석전시회' 에 참가한 국내외 보석 전문가들은 이렇게 입을 모았다. 중량이나 크기로 보석의 가치를 따지는 시대는 이미 오래전에 지나갔다. 보석도 디자인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인식이 일반화되고 있다는 것. 한보주얼리 'J.RARE'의 한영수 사장은 "유럽을 중심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원석을 쓰더라도 예술성이 뛰어난 보석이 명품으로 인정받는 추세"라며 "국내에는 아직도 보석을 '재산'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지만, 2~3년 후면 분위기가 확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로 23회째를 맞은 이 전시회에는 41개국에서 1970개 보석업체가 참여해 보석 시장의 흐름과 올해 트렌드를 선보였다. 국내에서도 6월 29일부터 나흘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 전시관에서 '2006 국제보석시계전시회'가 열린다. 전시회장에서 만난 보석 전문가들이 소개하는 '2006 주얼리 트렌드'를 정리했다.

홍콩=신은진 기자 <nadie@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cogito@joongang.co.kr>

'크기보다 디자인' 결혼 예물도 패션 시대

국내 보석 시장은 '결혼 예물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비 신부들의 취향이 곧 주얼리 트렌드인 셈. 5~6년 전만 해도 다이아몬드 세트부터 루비.에메랄드 등 유색보석, 순금 세트까지 3개 세트를 준비하는 것이 '격식 있는 예물'로 인식되곤 했다. 최근에는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실용적으로 구입하되, 디자인이나 세팅의 완성도를 따지는 경우가 많아졌다. 프린세스 주얼리의 오분희 사장은 "과거에는 무조건 '1캐럿 다이아몬드 반지'를 찾았다면 지금은 상대적으로 중량은 낮추고, 대신 개성 있는 디자인을 찾는 식으로 퀄리티에 초점을 둔다"고 말했다. 세팅에서도 '티파니 세팅'이라 불리는 중앙이 돌출된 전통적인 세팅보다는 다이아몬드를 돌출시키지 않고 박아넣는 '베즐 세팅'을 선호한다. 또, 예전에는 눈물을 상징하는 보석이라 해서 혼수예물 품목에서 제외됐던 진주가 다이아몬드와 함께 기본 예물로 꼽히고 있다는 것도 최근의 경향.

녹색 페리도트, 황갈색 시트린, 장밋빛 가넷

진짜 '패션 리더'로 인정받고 싶다면 다이아몬드처럼 투명한 보석보다 화려하고 색깔 있는 보석으로 개성을 표현해보자. 보석전문 교육기관인 GIA코리아 문성혜 원장은 "과거에는 다이아몬드에 비해 가치가 떨어진다고 여겼던 유색보석들이 유행의 중심으로 들어왔다"며 "일시적인 트렌드가 아닌 앞으로의 보석시장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유색보석 가운데서도 루비.사파이어.에메랄드 등 비싼 종류보다는 부담 없는 가격의 준보석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전에는 20~30대 젊은 층이 준보석의 주요 소비자였다면 이제는 40~50대까지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 투명한 녹색의 페리도트, 황갈색 시트린, 장밋빛이 도는 가넷 등 은은한 파스텔톤의 보석이 올해 눈여겨 보아야할 종류다.

◆ 보석 살 땐 꼭!

안목이 높다는 칭찬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어떻게 골라야 최소한 사고 나서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 보석을 구입할 일이 평생 한두 번뿐일 사람이라면 이런 고민을 하게 마련. 전문 지식을 갖추고 있는 믿을 만한 컨설턴트의 상담을 받는 것이 물론 가장 안전한 방법이다.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못해 비전문가의 눈으로만 보석을 골라야 한다면, 품질을 결정하는 기준 몇 가지를 기억해두자. 기본적인 사항만 알아두어도 보석의 품질을 판단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보석전문교육기관 GIA코리아에서 초보자를 위한 '똑똑하게 보석 고르기 요령'을 소개한다.

정리=신은진 기자

*** 다이아몬드

4C를 챙겨라

다이아몬드의 가치는 투명도(Clarity), 색깔(Color), 커트(Cut), 중량(Carat weight) 등에 의해 정해지며, 다이아몬드의 품질을 증명하는 감정서에도 이 '4C'가 명시돼 있다. 투명도는 다이아몬드의 내외부에 있는 결함 여부로 결정된다. 보석 전문가가 10배 확대경을 이용해 평가하게 되는데 총 11개 등급으로 나눠진다. 재산으로서의 가치를 따진다면 3등급인 VVS1 이상인 제품, 실용적으로 고르려면 5~6번째인 VS급 이하의 다이아몬드가 좋다. 다이아몬드의 색깔은 대부분 무색이거나 약간 노란색이나 갈색을 띤다. 연한 푸른색이나 빨간색.핑크색을 띤 다이아몬드는 무색보다 훨씬 가치가 높다. 무색 다이아몬드의 색깔은 D등급(완전한 무색)이 최상급이고, 알파벳 순서로 Z등급(노란색)까지 23등급으로 나뉜다. 시중에서 많이 접할 수 있는 G~I등급, 국내에서 가장 많이 유통되는 것은 G등급 정도다. 커트는 다이아몬드의 가치를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 좋은 커트란 내포물은 눈에 띄지 않게 하고 광채는 최대한 표현되도록 연마한 것이다. 전체적으로 어두운 부분이 적고 밝은 빛과 무지갯빛이 많이 보이는 것, 끝마무리 처리가 매끈한 것을 고르면 된다. 중량은 캐럿으로 표시하는데 1캐럿은 0.2g이며 0.1캐럿을 1부라 부른다. 최근에는 무조건 중량이 큰 것을 찾기보다 0.5캐럿(5부)이나 0.3캐럿(3부)을 가장 많이 구입하는 추세.

*** 유색보석

첫째도 색, 둘째도 색

유색보석은 다이아몬드보다 고르기 까다롭다. 유색보석의 평가 또한 다이아몬드처럼 4C를 적용하되, 판단이 어려우면 다른 부분보다는 색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현명하다. 진열대에서 보이는 색만으로 보석을 고른다면 집으로 돌아와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 보석이 돋보이도록 설치된 조명과 디스플레이에서는 실제보다 색이 과장되게 마련. 보석을 깨끗이 닦고 가능하다면 자연광, 실내에서는 형광등 아래에서 세심하게 관찰해보는 것이 좋다. 색이 균일하게 퍼져 있고 선명한지를 확인하자. 유색보석의 투명도는 다이아몬드와 달리 육안으로 보았을 때 외관이 손상되거나, 내구성을 해치지 않는 정도이면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다. 커트는 유색보석에서 가장 신경을 쓰지 않는 부분. 초보자의 시각으로도 보석의 형태가 크게 거슬리지 않는다면 무난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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