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알레르기 질환-꽃가루가 "주범"|증상과 예방법을 알아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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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봄 가을만 되면 알레르기성 비염과 기관지 천식 등 호흡기 알레르기 질환이 악화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이들 질환의 증상이 매년 비슷한 시기에 재발한다면 이는 대개 꽃가루가 원인이기 때문에 이를 꽃가루 병 또는 화분증이라 부르고 있다.
정상인에게서는 꽃가루가 흡입되더라도 아무 증상이 나타나지 않으나 알레르기성 체질을 가진 사람이 꽃가루를 장기간 흡입하면 꽃가루에 대해 과민성이 생겨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게 된다.
특이한 체질의 사람이 꽃가루와 같은 알레르겐 (항원 물질)을 접하면 항체가 생기고, 이것이 조직 내의 비반 세포에 붙어 있다가 먼저 접촉했던 것과 같은 항원에 재차 노출되면 이 세포에서 히스타민과 같은 화학 매개 물질이 유리된다. 이 물질이 코의 점막이나 기관지 점막·인 후두·안결막 등에 작용해 여러 가지 증상을 나타내게 된다.
꽃가루는 비 점막과의 접촉이 가장 많기 때문에 꽃가루 병도 알레르기 비염이 대부분으로 특징적인 증상은 콧물·재채기· 코 막힘· 간지러움 등이다. 즉 코가 간질 간질하면서 재채기가 연속적으로 나오고 코가 막히며 조금 있으면 코가 뚫리면서 물 같은 맑은 콧물이 줄줄 흐르게 되는데 코감기와는 다르다. 대개 화분방출이 많은 오전 중에 심하고 건조하거나 바람이 많은 날에는 심해지는 수가 많다.
흡입한 꽃가루가 기관지까지 들어가면 기관지천식을 일으키게 되는데 이때는 기침이 심해지고 숨이 차며 거렁 거렁하는 숨소리를 내게된다.
또 꽃가루가 눈의 결막에 침범하면 알레르기성 결막염을 일으켜 눈물·가려움증·눈부심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꽃가루의 크기는 보통 20∼50미크론 정도로 벌이나 나비 등 곤충에 의해 꽃가루가 옮겨지는 충매화보다는 바람에 날려 멀리까지 꽃가루가 퍼지는 풍매화가 꽃가루 병의 주범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근래 비닐하우스가 증가하면서 폐쇄된 작업 환경에서의 충매화에 의한 꽃가루 병도 보고된바 있다.
흔히 4월 중순 이후 길거리에 날아다니는 하얀 솜털과 같은 것이 알레르기의 원인으로 생각하고 있으나 이것은 수양버들이나 현 사시나무에서 떨어져 나온 것으로 바람에 멀리까지 잘 퍼지도록 하는 꽃 털로 꽃가루가 아니기 때문에 비염이나 천식을 유발하지는 않는다고 서울대 의대 김유영 교수 (알레르기 내과)는 설명한다. 증상이 나타났다면 이미 그전에 꽃가루에 노출된 경우라는 것이다.
공기 중의 화분량은 5월에 가장 많고 4, 8월의 순으로 되어 있으며 종류로는 참나무· 버드나무· 단풍나무·쑥·두드러기 쑥 등에서 많이 발견되고 있다. 대개 수목 꽃가루는 이른봄에, 목초 꽃가루는 봄에서 여름, 잡초 꽃가루는 늦여름에서 가을에 걸쳐 많이 날아다니는 것으로 조사되어있다.
이밖에 기온 변화나 찬바람·담배 연기·배기가스 등의 자극 물질이 방아쇠 역할을 해 증상을 일으키게 하는 경우도 많다.
꽃가루 병은 원인이 되는 꽃가루를 피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기는 하나 꽃가루는 눈에 보이지 않는 데다 수직으로 2km, 수평으로 6백km까지 퍼지므로 꽃가루를 피하는 것은 실제로 불가능하고 단지 외출시 특수 마스크를 착용하거나 실내에 공기 정화기를 설치하는 정도다.
약물 요법이나 면역 요법이 있으나 꽃가루 병은 다른 알레르기 질환과 마찬가지로 만성 질환이어서 단시일 내에 치료가 힘들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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