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긴장 원치 않는다|소련은 한국을 어떻게 보고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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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소 관계는 소련의 서울 올림픽 참가결정 등 이 활력소를 제공하고 있으며 소련은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다자간 회담을 원하고 있다고 파 이스턴 이코노믹 리뷰 지가 최근호에서 말했다.
다음은 이 잡지의 모스크바 특파원「소피·퀸-저지」기자가 한반도 문제에 관한 소련 측 시각을 모스크바 현지 발 기사로 전한 것이다.
소련이 한반도에서 긴장이 계속되고 있는 것에 대해 불편해 하고 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고르바초프」소련 공산당 서기장은 지난 1986년 블라디보스토크 선언에서 한반도를「위기 지역」으로 불렀었다.
그러나 대한 교류증가 전망에 따라 소련이 과거의 한-미 군사합동 훈련으로 인해 느껴 왔던 위협은 약화되고 있다.
또 소련의 88서울 올림픽참가 결정으로 비공식적인 한-소 관계에 활력소가 제공되고 있다.
한-소 간접교역이 점증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는 가운데 소련 외무성 국제경제 관계담당 국장「에르네스트·오브민스키」는 지난달 25일『양국 교류는 국제기구와 해외 몇 개국에 주재하는 중개기구를 통해 수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인했다.
그는『상품 및 용역의 교류는 현재 매우 국제화되어 있으며 한국을 여기서 제외시킬 수는 없는 일이다』라고 덧붙였다.
「고르바초프」는 소련 공산당 서기장 취임 후 북한과 모든 면에서 꾸준히 유대관계를 지속해 왔다.
소련 외무성의 한 관리는 인터뷰에서『소-북한 양국관계는 1961년의 우호조약에 입각하고 있다. 양국 모두 이 조약에 따라 의무를 준수하고 있으며 이 같은 양국 관계에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련 측은 김정일의 권력 승계만은 인정해 오지 않았다. 정치적 후계자로서의 김정일의 위치도 애써 무시하려고 했다. 때로 소련 언론은 북한 사회의 속성에 대해 유보적인 자세를 보이기도 했다. 당과 당의 관계도 그렇게 긴밀하지 않다. 예를 들면 북한은 87년 7월 울란바토르에서 열렸던 노동당 연합대회에 대표를 파견하지 않았다.
분석가들은 김일성이 지난 86년 10월 모스크바를 비공식 방문한 것은 미국을 아시아 안보문제해결 협상 상대자로 인정한「고르바초프」의 블라디보스토크 선언에 대한 불만표시로 보고 있다.
그러나 소련은 평양에 대해 꾸준히 원조를 계속해 오고 있으며 북한이 소련 극동지역의 사업장에 노동력을 제공하는 합작 생산 협정 논의도 진행중이다.
소련은 북한이 작년 11월 KAL기를 폭파시켰다는 국제적 비난에 대해 북한을 비호해 오고 있다. 소련관리는『많은 점이 불확실하다. 북한에 대한 비난은 오직 한사람의 증언에만 의존하고 있다. 나는 그에 대해 의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 소련인 시사 해설 가에게는 한국이 동서냉전 이후 아직 남아 있는「군사적 빙산」으로 비치고 있다.
소련군 기관지 적성은 지난 2월 현재 진행중인 한-미간의 팀스피리트 훈련은 이 빙산을 계속 유지하려는 미국 정책의 하나라고 보도했다.
또 소련의 극동문제 전문지는 주한미군과 군사기지 및 핵무기 규모는 한반도에 적합한 규모 라기 보다 작전영역을 더 확대하려는 의도를 보이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소련은 북한이 제시한 한반도의 군사력 감축과 비핵지대 화 주장을 강력 지지하고 있다. 소련정책 결정 자들은 아시아 지역에서의 신뢰구축이라는 측면에서 한반도 문제해결이 다국 간 회담의 형식으로 논의되기를 계속 희망하고 있다.
소련 외무성의 한 관리는『70년대 초 미국이 주한미군 병력을 3분의1가량 감축한 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상기해 보라』고 말하고 『그 후 협상이 뒤따랐고 아무런 나쁜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배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파 이스턴 이코노믹 리뷰="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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