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가 까사미아를 인수하며 홈퍼니싱 시장에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신세계그룹은 가구 시장 10위권 업체 까사미아의 주식 92.4%를 1837억원에 취득하기로 결정했다고 24일 공시했다. 장재영 신세계백화점 사장은 “이번 인수는 ‘홈 토탈 라이프스타일’이라는 신사업에 대한 기회가 될 것"이라며 “신세계백화점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신성장 동력으로 키워나갈 것”이라고 했다.
신세계, 인테리어 기업 까사미아 인수 #"가구 브랜드 아닌 홈 토탈 라이프스타일" #유통 빅3, 저마다 홈퍼니싱 부문 진출 #백화점·마트 성장 정체에 돌파구 찾아 #한샘·현대리바트 등 기존 강자들 촉각
장 사장은 “까사미아 인수는 하나의 가구 브랜드 인수가 아닌 포트폴리오 다각화 차원”이라고 말했다. 보브·스튜디오톰보이 등 패션 브랜드에 신세계인터코스 등 뷰티 브랜드에 이어 ‘홈 토탈 라이프스타일’로 제조업의 범위를 확대한다는 의미다.
또 지난 2015년 정유경 총괄사장이 책임경영을 맡은 후 첫 인수합병( M&A) 사례인 만큼 향후 공격적인 투자를 계속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를 위해 신세계는 현재 72개인 가두 상권 중심의 까사미아 매장을 플래그십스토어·가두점·숍인숍 등으로 세분화해 5년 이내에 160개로 늘린다. 또 사무용 가구와 건설 자재 등 B2B 분야도 확장해 5년 이내에 매출 4500억원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빅3’의 가구 시장 진입은 2012년 현대백화점그룹이 리바트를 인수하며 테이프를 끊었다. 인수 당시 5049억원이었던 리바트 매출은 지난해 8700억원(추정치)으로 늘었다. 여기에 지난 18일 리바트가 현대백화점 계열 산업·건설 자재 B2B 기업 현대H&S을 합병하면서 올해 매출 규모는 1조3000억원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2015년 ‘프리미엄 리빙관’을 열며 홈퍼니싱 시장에 진입했다. 이 밖에도 리빙전문관 ‘엘큐브’, 편집숍 ‘엘리든 홈’을 운영 중이다.
신세계백화점도 지난 2016년 강남점에 생활전문관을 오픈했으며, 지난해엔 부산 센텀시티 점에 국내 최대규모 생활전문관을 열었다.
실제 백화점에서 리빙·인테리어의 매출은 매년 증가 추세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최근 4년 동안 리빙 부문 매출이 매년 10% 이상씩 성장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 2012년 한 자릿수에서 지난해 11.6%까지 올랐다. 송강 롯데백화점 생활가전부문장은 “최근 리빙·인테리어에 대한 수요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며 "업체마다 소비자의 눈길을 끌기 매장 리뉴얼과 프로모션 등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빅3의 홈퍼니싱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는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앞두고 홈퍼니싱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에서 기인한다. 홈퍼니싱은 홈(Home)과 퍼니싱(Furnishing)의 합성어로 가구나 조명은 물론 침구·카펫·조명·인테리어 소품 등 집 가꾸기를 총칭한다. 통계청은 지난 2105년 기준 홈퍼니싱 시장은 약 12조5000억원인 홈퍼니싱 시장은 2023년엔 18조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등 선진국 시장에서도 소득이 올라가면 의식주 중에 주(집 가꾸기)에 대한 소비가 늘어났다”고 말했다.
유통 빅3의 홈퍼니싱 진입은 오프라인 매장의 하락세와도 맞닿아 있다. 3사는 지난해부터 2019년까지 3년 동안 백화점 출점 계획이 없다. 또 유통업계의 전통적인 강자인 이마트는 지난해 매장을 2개나 접었다. 온라인과 이커머스 시장의 급성장에 반해 백화점·마트의 성장은 정체돼 있어 성장세에 있는 홈퍼니싱 시장을 돌파구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익명을 요구한 백화점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백화점도 못 짓고 마트도 못 열고 영업규제는 더 많아지는 영업 환경에서 콘텐츠로 경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세계의 진출에 한샘·현대리바트 등 전통적인 강자들도 촉각을 곤두세웠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1~10위까지 가구 기업·브랜드 중 적자를 보는 곳은 없다. 그만큼 나름의 경쟁을 갖추고 있다”며 “이런 환경에서 신세계가 어떤 전략을 구사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한샘은 주방 가구와 B2C에서 앞서 나가고 있다. 또 현대리바트는 프리미엄 주방가구, 이케아는 저가형 홈퍼니싱 시장, 퍼시스·일룸·시디즈 브랜드를 소유한 퍼시스 그룹은 사무용 가구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한샘 관계자는 “최근 일괄 패키지 형태의 홈 인테리어가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며 “이 서비스에 대한 기술력과 노하우, 과감한 투자를 하는 브랜드가 소비자의 마음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