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사용량 10분의 1로 줄인 나노 약물 전달체 개발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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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렬 기자] 항생제 사용량을 10분의 1로 줄인 나노 약물 전달체가 국내 연구진의 주도로 개발됐다. 감염병의 효과적인 치료는 물론 항생제 과다사용으로 인한 내성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주진명 교수팀은 23일 "포도상구균 등 박테리아에 감염된 조직에 선택적으로 항생제를 전달하는 새로운 나노 약물 전달체를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샌디에고, SBP 의학연구소, 이탈리아 메시나 대학, 에스토니아 타르투 대학과 공동 연구를 통해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박테리아만을 선택적으로 인식해 나노 약물 전달체를 전달하는 '파지 디스플레이' 기술이다. 박테리아나, 혹은 박테리아에 감염된 조직에는 특정 단백질이 나타나는 데, 이를 '표적'으로 인식하는 특정 펩타이드(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이 결합한 형태)를 파지(세균을 숙주로 하는 바이러스)에서 추려내는 기술이다. 주진명 교수는 "연구팀이 검토한 파지의 개수만 수 백만 개에 달한다"고 전했다.

박테리아 표적 나노 약물 전달체 개발 과정 [사진 서울아산병원]

이 펩타이드를 항생제를 담은 나노 약물 전달체(다공성 실리콘 나노입자)에 결합하면, 첨단 미사일이 컴퓨터로 좌표를 입력한 곳에 정확히 떨어지듯 치료제를 박테리아 감염 부위에만 전달할 수 있다. 항생제 효과가 크고, 항생제로 인한 주변 조직 손상도 최소화할 수 있다.

실제 연구팀은 포도상구균에 감염돼 급성 폐렴이 발생한 쥐에게 한쪽은 항생제(반코마이신)를 일반적인 정맥주사로 투여하고, 다른 쪽은 나노 약물 전달체를 통해 혈관에 주입했다. 그 결과 나노 약물 전달체를 쓸 경우, 일반 정맥주사로 투여된 항생제의 10분의 1 용량만으로 폐렴이 완치됐다.

또, 연구결과 이 나노 약물 전달체는 1차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MRSA)에 대해서도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주진명 교수 [사진 서울아산병원]

주진명 교수는 “나노과학 기술이 발전하면서 효과적인 약물 전달체 개발 등 의학기술에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연구되고 있다”며 “이번에 발굴한 펩타이드가 박테리아와 감염 조직을 구분하는 데 쓰일 수 있는 만큼, 향후 이를 이용한 진단 장비 개발에도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교육부의 이공학개인기초연구지원사업과 보건복지부의 보건의료기술 연구개발사업 등의 지원을 통해 수행됐다. 관련 논문은 국제 학술지 '네이처 바이오메디컬 엔지니어링(Nature Biomedical Engineering)' 온라인 최신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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