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부의 쏠림, 베이·상·광·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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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상·광·선(北上广深)

중국에서 가장 경제 규모가 큰 네 개의 도시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광저우(广州), 선전(深圳)을 일컫는 말이다. 연간 GDP(국내 총 생산) 기준 1~4위를 차지하고 있는 이 네개의 도시는 일선(一线)도시로 분류된다.

베이징, 광저우, 상하이, 선전 (왼쪽 상단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 픽사베이, 이매진 차이나]

베이징, 광저우, 상하이, 선전 (왼쪽 상단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 픽사베이, 이매진 차이나]

중국의 도시들이 잇따라 지난 2017년 경제 성적표를 발표하고 있다. 19일 기준 중국의 경제 총량 기준 상위 10대 도시인 베이징, 상하이, 베이징, 선전, 광저우, 텐진, 충칭, 쑤저우, 청두, 우한, 항저우의 지난해 연간 GDP(국내 총 생산)가 모두 발표됐다.

상하이가 사상 처음 3조 위안(약 500조원)을 돌파하며 1위를 차지했다. 중국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라는 얘기다. 그 뒤를 이어 베이징, 선전, 광저우가 각각 2~4위를 차지했다. 중국에서는 이 네 도시를 합쳐 베이·상·광·선(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 혹은 일선도시(一线城市)라고 부른다.

중국의 수도 베이징의 2017년 GDP는 전년 대비 6.7% 증가한 2조 8000억 위안(약 467조원)을 기록했다. 선전과 광저우가 각각 2조 2000억 위안(약 367조원), 2조 1500억 위안(약 358조원)을 기록했다. 두 도시는 전년보다 각각 8.8%, 7% 씩 성장했다. 성장률만 놓고 보면 베이·상·광·선 중에서는 선전이 최고다.

2017년 기준 베이·상·광·선의 연간 GDP 합이 10조 위안(1668조 2000억원)을 넘어섰다. 이는 중국 전체 GDP의 약 12.9%에 달하는 규모다. 지난 한해 중국에서 만들어진 부의 약 1/8이 이 4개의 도시에 집중되고 있는 셈이다.

자금 쏠림 현상은 더 심각하다. 2017년 기준  베이·상·광·선의 금융기관이 보유한 위안화, 외환 예금 잔액의 총합, 즉 자금 총량은 37조 7600억 위안이다. 같은 기간 중국 전체 자금 총량(160조 위안)의 약 23.6%에 달하는 규모다. 지난 2000년과 비교해 3% 포인트 가까이 상승했다.

지방정부가 벌어들이는 재정 수입도 마찬가지다. 지난 2017년  베이·상·광·선이 중국 전체 재정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4%를 넘어섰다. 이 기간 상하이와 베이징의 재정 수입(국세+지방세)은 각각 1조 6200억위안, 1조 2700억 위안을 기록했다. 중국에서 발생하는 재정 수입과 자금의 약 1/4이 베이·상·광·선 4개 도시로 쏠리고 있다는 얘기다.

높은 집값으로 악명이 높은 베이·상·광·선이 중국 전체 부동산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전문가들이 추정하는 수치는 약 3분의 1이다. 중국 전체 부동산 시장의 규모가 약 300조 위안에 달하고, 이중 약 100조 위안이 베이·상·광·선에 쏠려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5년 중국 일선도시의 부동산 가격은 2~3선도시와 비교해 5배 이상 더 상승했다.

2017년 말 기준, 베이징에 적을 두고 있는 중국 A주 증시 상장사의 총 시가총액은 약 23조 5900억 위안이다. 선전은 약 10조 400억 위안, 상하이는 7조 5000억 위안이다. 베이·상·광·선의 기업들이 중국 전체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시가총액 기준)은 54%에 육박한다.

이외에도 사모 투자기금의 65%,  공항 항공 운송 수요의 57%, 지하철 총 연장의 43%, 외국인 입국의 53.8% 등이 베이·상·광·선 4개 도시로 쏠리고 있다.

그렇다면 베이·상·광·선의 인구가 중국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중국 정부의 통계에 따르면 약 5.8%에 불과하다.

차이나랩 이승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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