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 조작 의심에…네이버 “차라리 경찰이 수사해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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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네이버가 뉴스서비스의 댓글 조작 의혹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최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 네이버 뉴스서비스의 댓글과 추천이 조작된다는 의혹을 제기한 글들이 잇따라 올라온 데 따른 조치다.

네이버 댓글 조작 의혹 청와대 청원 줄잇자 #네이버 "우리 조사는 안 믿을 것. 경찰이 직접 진실 밝혀달라" #악성 댓글에 포털 책임 묻겠다는 정치권 압박 영향도

21일 네이버 관계자는 "청와대 홈페이지의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 네이버 뉴스서비스의 댓글이 조작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글이 올라온 것과 관련해 분당경찰서에 19일 수사를 의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네이버까지도 의심받는 상황에서 우리가 직접 조사해 해명하더라도 믿지 않을 것 같다"며 "외부 전문기관을 통해 명확한 사실 관계를 확인받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네이버 댓글 조작을 의심하는 청와대 청원

네이버 댓글 조작을 의심하는 청와대 청원

네이버는 만약 특정 집단이 접속 IP를 조작하는 등 불법적인 방식으로 네이버 댓글을 작성하고 여론에 영향을 미치려고 한다면 업무방해죄에 해당된다고 보고 있다. 네이버가 뉴스 댓글 조작 의혹과 관련해 외부에 수사를 의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18일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이 글 작성자는 "포털사이트, 특히 '네이버'안의 기사에 달린 댓글 중 상당수가 조작으로 강력히 의심되는 정황들이 너무나 많이 발견되고 있다"며 "매크로 및 프로그램 등으로 추정되는 비정상적인 댓글 및 추천 현상, 그리고 네이버 내부의 도움이 있다고 의심되는 현상이 많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기사가 작성되자마자 악의적인 댓글이 달리고, 몇 분 지나지도 않아 추천수가 상당히 많이 올라가서 그 기사를 접하는 사람에게 최상위로 노출된다"면서 "네이버 댓글조작으로 강력히 의심되는 이 현상에 대해 법적인 조치가 분명 필요하다고 생각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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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이 청원에는 2만 1000여명이 동의했다. 이 청원의 작성자는 지난 18일 오후 10시 연합뉴스가 보도한 평창겨울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 관련 기사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댓글과 추천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해당 기사에 달린 댓글 중 한반도기 입장과 단일팀 구성에 비판적인 댓글("문체부 청와대 여당 다 실수하는거다. 국민들 뿔났다!!!”)에 추천(좋아요)이 빠르게 늘어나는 과정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첨부하기도 했다. 이 댓글엔 20분 만에 700여 명이 ‘좋아요’를 눌렀고 전체 댓글 2만 5798개 중 가장 많은 사람이 여기에 공감(4만2281개)했다.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의 댓글에 4만2000개 이상의 '공감'이 표시됐다.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의 댓글에 4만2000개 이상의 '공감'이 표시됐다.

네이버에 따르면 해당 기사는 모바일 메인뉴스 최상단에 노출된 이력이 있다. 여론의 관심이 높은 주제인데다 네이버 모바일 뉴스 메인에 노출돼 조회수가 온라인에서 빠르게 공유되면서 조회수도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의 이번 경찰 수사 의뢰는 인터넷 뉴스 댓글에 대한 정치권의 압박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7일 문재인 대통령을 ‘재앙’으로 부르는 포털 댓글을 언급하며 "(댓글로) 정치적 의견이 다른 사람을 비하하고 혐오하는 발언이 넘쳐난다. 이를 묵인하고 방조하는 포털사이트도 공범"이라면서 네이버를 몰아 붙였다. 또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최근 일주일 간 네이버 관련 청원이 34개나 올라왔고 상당수가 댓글 조작이 의심된다며 수사를 촉구하는 청원들이다.

네이버 댓글 조작을 의심하는 청와대 청원 목록

네이버 댓글 조작을 의심하는 청와대 청원 목록

네이버 관계자는 “정치권에서도 네이버 뉴스서비스의 댓글에 대해 여러 지적을 하고 올해 6월엔 지방선거도 앞두고 있어 경찰 수사를 통해 네이버 댓글에 대한 의혹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수련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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