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구대표팀 합류 눈앞' 라틀리프, '메기 효과' 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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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출신 농구선수 라틀리프가 특별 귀화를 눈앞에뒀다 라틀리프는 "한국이 아시안게임 금메달과 올림픽 출전권을 따는데 보탬이되고 싶다"고 말했다. [중앙포토]

미국 출신 농구선수 라틀리프가 특별 귀화를 눈앞에뒀다 라틀리프는 "한국이 아시안게임 금메달과 올림픽 출전권을 따는데 보탬이되고 싶다"고 말했다. [중앙포토]

프로농구 최고 외국인선수로 꼽히는 리카르도 라틀리프(29·서울 삼성)가 한국농구대표팀 합류를 눈앞에 뒀다.

프로농구연맹 KBL과 대한농구협회는 19일 "법무부 국적심의위원회가 라틀리프 특별귀화 심의에 대해 최종 승인을 내렸다. 최종 인터뷰 면접을 통과할 경우 여권발급 등 행정절차만 거치면 된다"고 전했다.

앞서 라틀리프는 지난해 1월 “한국 여권을 갖고 싶다”는 말로 귀화 의사를 밝혔다. 대한농구협회와 KBL은 지난해 9월 남자 농구대표팀의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라틀리프 특별귀화를 추진했다. 9월15일 대한체육회 심사를 통과했고, 법무부 최종심사만 남겨뒀었다. 라틀리프 배임 의혹이 제기되면서 결정이 미뤄졌다. 무혐의로 밝혀지면서 다시 급물살을 탔고 이젠 최종 단계만 남겨뒀다.

체육 분야 우수인재의 경우 2010년부터 특별귀화를 통한 한국 국적 취득이 가능해졌다. 라틀리프는 법무부가 정한 7가지 조건 중에서 ‘자기 분야 성과’ ‘국내외 수상경력’ ‘1인당 국민소득 대비 높은 연봉’ 등 3가지 이상을 충족한다. 그간 부모 중 한쪽이 한국인인 문태종(오리온), 문태영(삼성) 등 ‘하프 코리언’은 특별귀화한 사례가 많다. 라틀리프가 귀화할 경우 ‘하프 코리언’이 아닌 농구선수의 첫 사례다.

딸 레아는 라틀리프가 귀화를 결심한 중요한 이유다. 라틀리프는 "2015년 수원에서 태어난 레아는 자신을 한국인으로 생각한다. 미국인을 보면 수줍어하면서도 한국인들 품에는 잘 안긴다. 레아가 한국 유치원을 다니고 한국어를 배웠으면 한다"고 말했다. 라틀리프는 총기사고 안전지대인 한국에서 딸을 키우고 싶어한다. [사진 KBL]

딸 레아는 라틀리프가 귀화를 결심한 중요한 이유다. 라틀리프는 "2015년 수원에서 태어난 레아는 자신을 한국인으로 생각한다. 미국인을 보면 수줍어하면서도 한국인들 품에는 잘 안긴다. 레아가 한국 유치원을 다니고 한국어를 배웠으면 한다"고 말했다. 라틀리프는 총기사고 안전지대인 한국에서 딸을 키우고 싶어한다. [사진 KBL]

라틀리프는 2012년 미국 미주리대를 졸업한 뒤 한국에서 프로에 데뷔했다. 전 소속팀 울산 모비스를 2012년부터 세 시즌 연속 우승으로 이끌었다. 5시즌을 뛰면서 경기당 17.9점, 9.9리바운드를 기록했고, 두 차례 외국인선수상(2015, 17)을 받았다.

한국농구대표팀은 다음달 23일 홍콩, 26일 뉴질랜드와 농구월드컵 예선 3, 4차전을 치른다. 라틀리프가 귀화절차를 마무리하고 다음달 5일까지 국제농구연맹 승인을 얻을 경우 태극마크를 달고 뛸 수 있다.

라틀리프가 대표팀에 가세할 경우 리바운드와 스크린 플레이로 오세근(KGC인삼공사)과 김종규(LG)를 도와줄 수 있다. 라틀리프는 키 1m99㎝로 아주 큰 편은 아니지만 육상선수 출신이라서 빠르고 탄력이 좋다.

라틀리프는 모비스에서 뛰던 2014년 대만에서 열린 윌리엄 존스컵에 한국을 대표해 출전해 우승을 이끌었다. 당시 라틀리프의 활약으로 일본대표팀에 승리하자 한국팬들이 그의 SNS에 한·일전을 이겨줘서 감사하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남겼다. 라틀리프는 "그 때 내가 한국대표구나라고 느꼈고 한국을 위해 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당시 우승 보너스가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도 라틀리프는 정말 열심히 뛰었다"고 기억했다. [사진 KBL]

라틀리프는 모비스에서 뛰던 2014년 대만에서 열린 윌리엄 존스컵에 한국을 대표해 출전해 우승을 이끌었다. 당시 라틀리프의 활약으로 일본대표팀에 승리하자 한국팬들이 그의 SNS에 한·일전을 이겨줘서 감사하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남겼다. 라틀리프는 "그 때 내가 한국대표구나라고 느꼈고 한국을 위해 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당시 우승 보너스가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도 라틀리프는 정말 열심히 뛰었다"고 기억했다. [사진 KBL]

라틀리프는 지난해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한 한국은 ‘제2의 고향’이다. 5년간 미국에 머문 건 해마다 두 달밖에 안 된다. 2015년 수원에서 태어난 딸 레아는 자신을 한국인이라고 생각한다. 2014년 모비스에서 뛸 당시 일본을 꺾은 뒤 ‘한국을 위해 뛰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농구팬들은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라튤립’ ‘나들잎’ ‘라둘리’ ‘나대한’ ‘이갈도’ 등 라틀리프의 한국 이름을 지어 올리고 있다. “리카르도가 스페인어로 ‘강력하고 위대한 리더’란 뜻”이라며 ‘라힘쎈’ ‘라튼튼’ ‘나대장’ ‘나강한’ 등 여러 개를 제안하기도 했다.

스포츠에서 귀화선수들과 관련해 ‘메기 효과’를 얘기한다. 미꾸라지 수조에 메기를 한 마리 넣으면 미꾸라지들은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움직임이 빨라지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기량이 좋은 귀화선수로 인해 국내선수들의 기량이 좋아지고 노하우도 전수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아시아에선 일본·필리핀·카타르 등 이란과 중국을 뺀 대부분의 국가가 귀화 농구대표선수를 영입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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