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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잡나, 못 잡나… 또 다른 '유고 전범' 카라지치·믈라디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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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못 잡는가, 아니면 안 잡는가."

'발칸의 학살자'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유고슬라비아 대통령이 감옥에서 숨지자 다른 특급 유고 전범 두 명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인공은 세르비아의 정치 지도자였던 라도반 카라지치(左)와 보스니아의 세르비아군 총사령관이었던 라트코 믈라디치(右). 이들은 1992년부터 4년간 25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보스니아 내전에서 대량 학살을 저질러 지명 수배를 받고 있지만 아직 소재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특히 95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범죄로 불리는 스레브레니차 대학살을 자행했다. 닷새간 8000여 명의 이슬람계 주민을 죽이는 '인종 청소'로 이들의 악명은 극에 달했다.

그러나 이들은 내전이 끝난 뒤 전쟁영웅으로 떠받들어졌다. 국제유고전범재판소(ICTY)가 전범으로 기소했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현지 정부가 적극적으로 체포에 나서지 않는 데다 세르비아인들이 이들을 꼭꼭 숨겨 주고 있기 때문이다. 믈라디치가 태연하게 베오그라드 거리를 오가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2001년 국제사회의 압력으로 밀로셰비치가 체포돼 헤이그로 압송되자 두 사람은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카라지치는 몬테네그로 북서쪽 산악지대에 은신해 있을 것이라는 추측만 떠돌 뿐이다. 최근 믈라디치가 세르비아와 보스니아 국경 근처에서 체포됐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현지 언론은 "믈라디치의 신병이 확보된 상태에서 인도 조건과 관련한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지만 오보였던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 두 사람을 포함해 ICTY가 기소한 전범 59명 가운데 10명이 도피 중이다

한편 밀로셰비치의 사인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당국이 발표한 1차 부검 결과는 심장마비였다. 그러나 유가족은 독살 의혹을 제기했다. 밀로셰비치의 혈액 샘플에서 한센병이나 결핵 환자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ICTY는 12일 독극물 검사가 완료되지 않아 최종 부검 결과 발표가 늦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베를린=유권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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