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의 집사 중의 집사로 불리는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검찰 조사에서 이 전 대통령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입을 열었다. 김 전 실장은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에게서 1억원을 받아 이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또 2011년 10월 이 전 대통령의 미국 순방 직전, 달러로 환전한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이 전 대통령 측에 전달했다고도 말했다.
이에 대해 정두언 전 국회의원은 "김 전 실장이 과거 실형을 살 당시 MB에게 철저한 배신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한때 MB 최측근으로 알려졌던 정 전 의원은 17일 오후 tbs 라디오에 출연해 "김 전 실장이 2012년 저축은행에서 억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1년 정도 실형을 살았는데 이 일로 MB에게 내팽개쳐져 철저한 배신감을 느꼈다"며 "구속 기간 도중 그의 아내가 사망했는데 MB가 장례식장에 가기는커녕 조화도 보내지 않는 등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김 전 부속실장은 이 전 대통령이 지역구 의원(서울 종로)에 당선된 이듬해인 1997년 6급 비서관으로 채용돼 15년간 MB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하지만 2012년 '저축은행 비리' 당시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1억8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돼 1년3개월을 복역하면서 이 전 대통령과 멀어졌다.
2013년 1월 김 전 부속실장은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고 항소를 포기했다. 혹시나 MB가 자신을 사면해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서였다고 한다. 그러나 MB 퇴임 직전인 2013년 2월의 특별사면 명단에 그는 포함되지 않았다. 익명을 원한 MB 측 인사는 중앙일보에 "전 부속실장이 복역 중 부인상을 당했는데 문상을 가야 하는지를 두고 논란이 있었다"며 "결국 청와대 인사 가운데 아무도 빈소에 가지 않았고 그에겐 무척 섭섭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김 전 부속실장은 2014년 만기출소했다.
최근 검찰 소환 직후인 14일 김재윤 전 비서관에게 "나도 살아야겠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전송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이 전 대통령의 또다른 측근 인사는 "본인이 두 번 구속되는 일을 피하기 위해 MB에게 불리한 진술을 했다는 점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라고 중앙일보에 말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