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단일팀·한반도기 합의한 평창올림픽, 논란은 남았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평창 겨울올림픽에 500여 명 규모의 북한 대표단이 참가한다. 개회식에서 남북 선수단은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 입장한다. 여자 아이스하키팀은 남북단일팀을 구성해 출전한다. 또 올림픽 개막 전 금강산 지역에서 남북 합동 문화행사를 갖고, 남북 스키선수들은 북측 마식령 스키장에서 공동훈련을 진행한다. 17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 실무회담 결과다. 북한 대표단에는 이미 합의한 예술단 140여 명에 응원단 230여 명 등이 포함됐다.

이로써 남북 간에 대체적인 협의는 끝났다. 이제 평화롭게 올림픽이 치러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그간 정부의 태도에는 아쉬움이 많다. 한반도기에 대한 비판적 의견을 충분히 설득하기는커녕 ‘색깔론’ ‘무조건적 흠집내기’로 몰아붙였다. 단일팀으로 인한 선수들의 피해에 대해 “메달권에 있지 않다”고 한 이낙연 총리의 말이나 “평화 올림픽을 색깔론으로 몰고 가 비판하는 것은 대단히 유치하고 잘못된 태도”라고 지적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말은 대단히 부적절했다. 과거처럼 한반도기를 그저 벅차게 바라보지 못하게 된 것은 북한 핵이라는 엄중한 현실 때문 아닌가. 이날 선수촌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이 단일팀에 대해 “역사의 명장면이 될 것”이라 했지만, 정치를 위해 스포츠를 희생한 게 아니냐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대표단은 서해안 육로로 들어오지만, 북한은 지난 15일 실무회담에서 예술단의 이동 경로로 판문점을 제안했다. 3개월 전 북한 병사가 피를 흘리고 귀순한 판문점을 예술단이 걸어 넘어오는 평화공세로 보인다. 앞으로도 ‘미녀응원단’, 북한판 걸그룹 ‘모란봉악단’ 등 평창의 스포트라이트를 집중시킬 북한 측 카드가 적지 않다. 화합의 무대 평창은 환영이지만, 북한의 ‘평화 이벤트’에 일방적으로 판 깔아 주기 식은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