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교원공제회의 영남제분 주식 매입 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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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은 '3.1절 골프 로비 의혹'과 관련해 한나라당이 이해찬 국무총리, 이기우 교육인적자원부 차관을 뇌물수수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형사1부에 배당했다고 13일 밝혔다. 검찰은 정병두 형사1부장을 주임검사로 지정했으며, 같은 부 소속 검사 2~3명을 투입해 수사팀을 꾸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인규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사건의 성격이 공무원 감찰 문제와 비슷해 특수부나 금융조사부에서 하기에는 부적절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감독위원회나 공정거래위원회의 추가 고발이 있으면 사정이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영남제분의 주가 조작 의혹과 밀가루 가격 담합 행위와 관련한 고발장이 접수되면 금융조사부나 특수부 검사 등으로 구성되는 특별수사팀에 재배당할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검찰 수사는 앞으로 ▶영남제분과 교직원공제회의 주가 조작 의혹 ▶영남제분의 밀가루 가격 담합 행위 ▶뇌물성 접대골프 의혹 등으로 나눠 진행될 전망이다. 검찰은 우선 고발장 내용을 파악하고 조만간 고발인을 조사한 뒤 피고발인 소환 여부와 조사 시기 등을 검토할 방침이다.

수사의 핵심은 지난해 5월 이후 교직원공제회가 영남제분의 주식을 매입하게 된 이유와 과정이다.

교직원공제회는 영남제분의 주가가 하락하던 시기에도 계속 사들여 13일 현재 20억여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영남제분 류원기 회장은 지난해 11월 자사주 195만 주를 한꺼번에 팔아 67억원의 시세차익을 봤다.

류 회장은 이 무렵 이기우 차관 및 김평수 교직원공제회 이사장 등과 두세 차례 골프모임을 가졌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 차관은 2003~2004년 교직원공제회 이사장을 지낸 바 있어 류 회장-김 이사장-이 차관의 관계에 의혹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따라서 검찰 수사는 교직원공제회가 영남제분 주식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외부의 압력이 있었는지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교직원공제회 임직원들이 류 회장 등 영남제분 측에서 리베이트를 받기로 한 뒤 주식 매입에 나섰는지도 수사 대상이다.

또 교직원공제회가 영남제분의 부동산 관련 내부정보를 이용해 주가 띄우기에 참여하고, 영남제분이 밀가루를 납품하는 S식품의 주식을 사들여 1대 주주로 성장한 배경이 무엇인지도 검찰이 수사를 통해 풀어야 할 의혹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고발 예정인 영남제분의 밀가루 가격 담합 행위 사건 역시 주요 수사 대상이다.

공정위는 지난달 28일 밀가루 가격 담합과 관련해 8개 제분회사에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영남제분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의결했지만 류 회장은 제외시켰다. 그 다음날 류 회장이 이 총리 일행과 골프모임을 가진 이유도 의문으로 남아있다.

검찰은 류 회장의 시세차익금 사용처를 파악하기 위해 계좌 추적에 나설 계획이다. 류 회장 돈의 흐름을 추적하겠다는 것이다. 정치권이나 고위 관료에게 돈이 들어간 단서가 나올 경우 권력형 비리 사건으로 확대될 수 있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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