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명자의 초조감 안보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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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북한을 탈출, 마닐라에서 한국망명을 요청한 두 북한청년은 26일 KAL편으로 김포공항에 도착, 기자회견을 갖고 『북조선의 현 정치체제가 맘에 안 들어 자유세계를 찾아 내 고향 절반땅 남조선을 찾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서울로 오는 기내에서 시종 즐거운 표정으로 김포 도착직전 『곧 서울에 도착합니다』는 기내방송에 별다른 표정의 변화를 보이지 않는 여유를 보였다.
기자회견장에서도 평양에서 두만강까지 어떻게 갈 수 있었느냐는 질문에 미소까지 지어 보이며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처럼 북한에 여행의 자유가 없는 것은 아니니 많은 의문을 가질 것 없다』고 가볍게 응답하는 등 그동안 많이 보아온 귀순 북한인들의 일반적인 모습과는 달리 망명자의 불안감이나 초조감을 보이지 않았다.
이들은 탈출경로에 대해 『두만강을 건널때는 10월이라 강물이 차가왔고 물살이 세 고생했다』며 『중공통과때는 5개월중 2개월는 노숙을 하는 등 부랑걸식을 하느라 애로난관이 많았으며 밀항선에서는 더워서 혼났다』고 말했다.(이들은 약간 그을린 얼굴과 긴머리를 제외하고는 손이 윤기가 있고 거칠지 않은 상태여서 길고 험한 탈출여정을 상상하기 힘들었다.)
두 북한인은 북한에서도 머리를 기르느냐는 질문에 『북조선에서는 머리를 기르는데 제한과 통제가 따른다』고 말해 마닐라 기자회견때 북한에서도 머리를 마음대로 기른다는 답변을 정정한 뒤, 『5개월여 고생하며 향방 없이 오다보니 깎을 기회가 없었다』고 말했다.
또 이들은 「인민」이라는 호칭대신 「국민」이라고 자주 말했으며 손목등에는 문신까지 하고 있었다.

<장충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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