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하나금융지주의 차기 회장 선임 절차의 일시 중단을 권고했다. 하나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당초 후보자 인터뷰를 거쳐 오는 16일 최종 후보군(쇼트리스트)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특혜대출·채용비리 조사 미진 이유 #회추위는 “일정대로 진행할 것”
금감원 관계자는 14일 “회장 선임 절차를 일단 보류하고 금감원의 검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회추위에 권고했다”며 “차기 회장 선임절차가 예년보다 약 1개월은 더 빠른 상황이라 굳이 회장 선임을 서두를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앞서 회추위는 최근 금감원 관계자를 초청해 간담회를 열었으며, 이 자리에서 금감원 측은 하나금융·하나은행에 대한 검사 등을 이유로 이 같은 입장을 전달했다. 금감원은 김정태 현 하나금융 회장과 함영주 현 하나은행장이 관여한 의혹이 제기된 아이카이스트 특혜대출 의혹, 은행권의 채용비리 의혹 등으로 검사를 진행 중이다. 아이카이스트는 박근혜 정부에서 ‘창조경제 1호’ 기업으로 최순실·정윤회 등 비선 실세가 관여했다는 게 하나금융 노동조합의 주장이다. 채용비리의 경우 심층 점검을 위해 2차 검사 대상으로 추려진 10개 은행에 하나은행이 포함됐다.
회추위는 지난 9일 차기 회장 후보군을 27명에서 16명으로 압축했다. 김 회장을 비롯해 김병호 하나금융 부회장, 함영주 하나은행장, 윤규선 하나캐피탈 사장 등 내부 인사가 4명, 외부 인사가 12명이다. 회추위는 15~16일 후보들 인터뷰를 거쳐 16일 쇼트리스트를 발표하고, 22일 심층 인터뷰를 거쳐 차기 회장 후보를 확정할 계획이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혹시라도 나중에 최고경영자(CEO) 리스크가 불거지면 하나금융뿐 아니라 금융산업 전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금융당국이 일방적으로 중단해라 마라 요구한 게 아니라 이런 우려를 전달했고 회추위원들도 공감했다”고 말했다. 앞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말 여러 차례에 걸쳐 금융지주 회장의 ‘셀프 연임’을 문제 삼았다.
금융당국의 권고에도 회추위는 이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회추위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의견을 듣기 위해 간담회를 요청한 것은 맞지만 후보 인터뷰 등 후보 선임을 위한 일정은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란·이새누리 기자 neor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