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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E] '뿌리는 장례식' 에코다잉(eco-dying) 왜 늘어날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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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환경친화적인 장례법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2004년 9월 국내에서 처음 치러진 김장수 전 고려대 농대 학장의 수목장 모습이다. [중앙포토]

화장한 뒤 뼛가루를 자연에 뿌리는 새로운 장례법이 인기를 끌고 있다. 매장으로 인해 포화 상태에 이른 묘지난을 해결할 수 있고, 산림 훼손 등 환경 문제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매장의 문제점과 새로운 장묘문화 등을 공부한다.

◆ 15년 뒤엔 묘지 대란=매장을 선호하는 장묘문화 때문에 국토 전체가 몸살을 앓고 있다. 해마다 20만여 기가 새로 생기며 여의도 넓이(8.48㎢)의 산림이 묘지로 변하고 있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분묘는 2100만 기에 이르며, 면적은 3억970만평(1025㎢)으로 추정된다. 국토의 1%가 넘고, 국민 전체 주택 면적의 절반에 이른다. 이 추세라면 2020년께 묘지 대란이 우려된다고 한다.

화장 비율은 1954년 3.6%에서 2004년 48.6%로 크게 높아졌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모두 화장하는 중국과 99.5%에 이르는 일본, 영국(68%) 등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 매장이 왜 많을까=매장은 죽은 사람을 땅에 묻는 장례법이다. 인류가 집단 생활을 하면서 시작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학자들에 따르면 인류가 시신을 버리지 않고 매장하기 시작한 것은 약 30만년 전이고, 예를 갖춰 시신을 처리하는 장례 관습을 가진 때는 구석기 중기였던 7만~8만년 전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선사시대 이전부터 매장 풍습이 있었던 사실을 고인돌로 추정할 수 있다.

매장을 하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 설이 있으나 일반적으로 죽은 사람을 겁내 관계를 끊기 위해 한다는 설이 유력하다. 즉, 시체를 묻을 때 단단히 묶고 그 위에 무거운 돌로 눌러 놓는 행위가 사자의 복귀를 겁내는 뜻이 있다는 것이다. 지금도 우리나라에서 염습(사자의 몸을 씻은 뒤 수의를 입히고 베로 묶는 일)을 할 때 든든한 삼베로 12마디를 묶는 것이 상례다.

우리나라의 장묘제도는 선사시대부터 삼국시대까지는 매장이, 통일신라 이후 고려시대까지는 불교적 색채가 강해 화장이 주류였다. 조선시대 이후에는 유학의 영향을 받아 묘를 만들어 매장하는 장례법이 주류였으나, 조선 말기부터 일본에서 화장법이 들어와 병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특히 매장이 많은 까닭은 전통적인 유교사상과 풍수사상에 의해 명당과 길지를 선호하는 오랜 관습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흙으로 돌아간 시신이 토지의 기와 작용해 후손에게 복을 주거나 화를 미치기도 한다는 풍수사상이 강하다. 그래서 조상을 모실 명당 묏자리를 많은 돈을 주고 사는 지도층 인사까지 있는 게 현실이다.

◆ 에코다잉(eco-dying)이란=에코다잉은 시신을 화장한 뒤 남은 뼛가루를 산이나 바다 등에 뿌려 자연으로 되돌아가게 하는 친환경적 장례를 뜻한다. 수목장과 해양장.정원장이 대표적이다. 나무와 바다와 꽃이 무덤인 셈이다.

수목장은 화장한 뼛가루를 나무 뿌리 주위에 묻고 장례를 치른 뒤 명패를 걸어주는 방식이다. 고인이 나무와 함께 상생한다는 자연회귀의 섭리에 근거한 장묘법이다. 1999년 스위스에서 시작된 이래 독일.영국.오스트리아.뉴질랜드.일본 등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 우리나라엔 2004년 처음 알려졌다. 최근에는 탄소배출권에 따른 경제적인 효과도 있어 더욱 주목받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 광역자치단체로는 처음 지난달 수목장림 조성 관련 조례를 입법 예고했다.

해양장은 골분을 바다에 뿌리는 장례법이다. 바다 위 부표(항로를 나타내기 위해 바다 위에 띄운 표지물) 부근에 화장한 뼛가루를 뿌리고, 뒤에 부표를 찾아 제사를 지낸다. 99년 문을 연 인천 연안부두의 '바다 장례식장'의 경우 개장 첫해 132건에서 지난해 943건으로 일곱 배 이상 이용이 늘었다.

꽃동산 등에 뼛가루를 뿌리는 정원장도 있다. 서울시는 2003년부터 경기도 파주에 '추모의 숲'을 운영 중이다. 무궁화나 국화 등이 핀 동산에 골분과 흙을 섞어 뿌리고 합동제단에서 추모하는 방식이다.

에코다잉형 장례가 늘었지만 현행 '장사 등에 관한 법률'(장사법)에는 매장에 관한 규정만 있을 뿐 관련법이 없어 정부의 지원이나 규제가 전혀 없다.

이태종 NIE 전문기자, 조종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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