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개헌' 노림수 있나...한국당 "개헌 대 반개헌 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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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 앞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 앞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방선거와 개헌 투표 동시 실시는 국민과의 약속”이라면서 개헌 드라이브를 걸었다. 문 대통령은 개헌을 놓고 ▶3월 중 개헌안 발의 ▶국회 합의가 안 되면 정부안 준비 ▶대통령 4년 중임제 선호 등을 언급했다. 여기까진 문 대통령의 기존 입장과 비슷했다.

 하지만 “기본권ㆍ지방분권 등 최소분모를 찾아내고, 권력구조 개편에 대해 합의를 이뤄낼 수 없다면 다음으로 미루는 방안도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과거보다 구체적인 내용이었다. 자유한국당은 이를 놓고 “최소 개헌 카드로 정국 주도권을 끌고 가겠다는 청와대의 노림수”라고 반발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현재 여야의 개헌 논의는 사실상 막혀 있다. 충돌 지점은 시기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방선거와 함께 6월에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야권, 특히 한국당은 12월 처리가 당론이다. 한국당은 6월에 개헌투표를 하기엔 여야간 합의는 물론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기에도 시간적으로 촉박하다는 입장이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6월 개헌은) 땡처리 패키지, 졸속 개헌”이라고 비판했다.

 시기를 놓고 충돌하는 이유엔 여야 모두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 한국당은 지방선거와 개헌을 동시에 할 경우 지방선거 때 정권심판론이 희석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민주당 내엔 지지층의 투표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개헌으로 선거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켜야 한다는 속내가 숨어 있다. 지방선거는 대선은 물론 총선에 비해서도 투표율이 낮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당은 문 대통령이 ‘최소 개헌’ 카드를 꺼내든 것은 지방선거를 개헌세력 대 반개헌세력의 구도로 만들려는 의도 아니냐고 반발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최소 개헌’의 내용으로 기본권 확대와 지방분권 강화를 언급한 배경엔 ‘이마저도 안 하겠다면 개헌 자체를 거부하는 것 아니냐’는 뜻이 내포돼 있다는 주장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일부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의 아이디어처럼 권력구조 개편을 개헌에서 제외하는 최소 개헌을 할 경우 그간 개헌의 핵심 화두였던 ‘제왕적 대통령제 해소’ 논의가 실종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87년 체제’를 상징하는 현행 헌법은 대통령 직선제를 정착시켰지만  3권 분립을 제도화하는 데는 한계를 보였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도 지난해 대선 공약집에 “제왕적 대통령의 절대적 권한을 조정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해 4월 대선후보 토론회에선 “4년 중임제 분권형 개헌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선 이후 국회 개헌특위 논의 과정에서 민주당은 “제왕적 대통령제 문구는 빼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한국당 인사들은 전했다. 한국당은 문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소신을 고집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4년 중임제가 가장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거론한 것은 사실상 권력구조 개편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준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사실상 여권에 ‘분권은 빼라’라는 지침을 내린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는 “개헌의 화두인 권력 분산 논의가 진척되지 않는 점은 아쉽다”고 밝혔다.

최민우 기자 min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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