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언론 “북·미 대화 이뤄질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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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0일 밤 청와대 관저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밤 청와대 관저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적절한 상황과 시기가 조성되면 북·미 대화를 재개할 수 있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미국 언론들은 북한의 태도에 따라 북·미 대화가 실제로 이뤄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남북 회담 계기로 북·미 대화 가능성 열어” #CBS "트럼프, 대화 재개할 의향 있어 보여" #“北 목표, 핵 무기 개발이란 점 변함 없어” 우려도

특히 트럼프가 최근 “남·북 고위급 대화를 지지한다”고 발언한 데 이어, 북·미 대화 가능성까지 직접 언급하면서 그가 북한에 대한 기존의 ‘강경 전략’을 포기하고 대신 ‘대화 전략’을 취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이날 CNN은 “지난해 트럼프는 북한에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에 직면할 것’이라는 표현을 쓰는 등 다소 공격적인 태도를 보였다”며 “그러나 트럼프는 남·북 고위급 회담이 열린 것을 계기로 북·미 대화의 가능성을 활짝 열어놨다”고 보도했다.

또 CBS는 “트럼프는 북한과의 대화가 ‘시간 낭비’라고 폄하하곤 했다. 이제는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할 의향이 있어 보인다”고 언급했다. ABC는 “트럼프는 아시아의 불량 국가(북한)를 상대로 협상을 펼칠 의지를 보이기 시작했다. 임기 첫 해(지난해)에 북한에 적대적인 표현을 쓰며 강경 노선을 취한 것을 감안하면 획기적인 변화다”라고 평가했다.

9일 남북 고위급회담이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렸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양측 대표단이 종료회의를 열고 있다. 리선권 위원장이 서해 군 통신선 보도 등과 관련해 강한 톤으로 이야기를 하고있다.<사진공동취재단>

9일 남북 고위급회담이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렸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양측 대표단이 종료회의를 열고 있다. 리선권 위원장이 서해 군 통신선 보도 등과 관련해 강한 톤으로 이야기를 하고있다.<사진공동취재단>

미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내가 북한에 대한 군사적 공격을 검토한다는 일련의 언론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한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USA투데이는 “트럼프는 북·미 대화를 재개할 수 있는 ‘적절한 상황’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이 발언만으로 북한에 대한 그의 태도가 바뀌었다는 점을 확실히 알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영국 일간 가디언은 “북한의 최종 목표가 핵 무기 개발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며 “트럼프 역시 (북한에 대해) 언제든지 신중하지 않은 수사적 표현을 쏟아낼 수 있다”고 신중한 평가를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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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문 대통령과 통화 뒤 트럼프는 “남·북 대화가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를 위한 성공으로 이어지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백악관 각료회의를 주재하면서 “남북 대화가 어디로 가게 될지 누가 알겠느냐. 앞으로 수주 또는 수개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문 대통령은 우리가 한 일에 대해 매우 고마워했다. 우리의 (강경한) 태도가 없었다면 그것(남북 대화)은 결코 일어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언론 보도도 많이 나왔다”며 자신의 공을 강조했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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