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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평 라인 가동 … 대북 전략통 조명균 vs 강경 회담꾼 이선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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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2년 가까이 먹통이었던 남북한의 판문점 ‘핫라인’이 지난 주말 쉬지 않고 가동됐다.

5대 5 남북 회담 대표단은 누구

통일부 당국자는 7일 “통상 판문점 채널이 주말에는 가동되지 않지만 9일 고위급 회담을 위한 대표단 명단 통보를 위해 당국의 입장을 교환하느라 담당자들이 비상근무 형식으로 주말근무를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 6일 오후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수석대표로 하는 5명의 회담 대표 명단을 북측에 전달했다. 이에 북한은 이튿날인 7일 오전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수석대표, 북측은 단장) 등 5명의 대표 명단을 알려왔다.

남한 장차관만 3명 … 후속 회담 포석 

남북 고위급회담 양측 대표단

남북 고위급회담 양측 대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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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9일 열릴 남북 고위급 당국회담의 대표가 진용을 갖췄다. 조 장관을 비롯, 남측에선 천해성 통일부 차관과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안문현 국무총리실 심의관, 김기홍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조직위 기획사무차장 등이 회담 대표로 나선다. 북측에선 이 위원장이 수석대표를 맡기로 했고, 전종수 조평통 부위원장, 원길우 체육성 부상, 황충성 조평통 부장, 이경식 민족올림픽조직위 위원이 참석하기로 했다. 정부 당국자는 “남측이 전달한 회담 대표의 격(格)과 구성원에 맞춰 북측에서 회담 대표를 짠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이 이전에 없던 ‘민족 올림픽 조직위’라는 기구를 내세운 건 김기홍 차장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이선권 위원장이 수석대표를 맡았다는 점에서 ‘격(格) 논란’이 재현될 가능성은 있다. 통전부 산하기관이었던 조평통 위원장을, 군사실무회담 대표를 맡았던 이선권 대좌(대령 격)를 장관급으로 볼 수 있는지를 두고 일각에선 격 논란을 제기한다. 하지만 정부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조평통이 이전에는 노동당 통일전선부 산하기구였지만 2016년 남북회담에 대비해 국가기구로 개편됐다”며 “조평통이 노동당 산하일 때는 격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북한 내각 직속 위원회의 장이라는 점에서 장관급으로 봐야 하는 게 아니냐”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과거 ‘통(통일부)-통(당 통일전선부) 라인’이 ‘통-평 라인’으로 바뀐 것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번 회담을 2007년 12월 중단된 남북 장관급회담의 연장으로 보고 관계 복원을 위한 별도의 회담 틀까지 구상하고 있다. 수석대표를 장관급이 맡게 된 데다 남북관계 전반을 논의할 수 있는 ‘연합군’으로 구성됐다는 이유에서다. 정부 당국자는 “당국 간 회담에 통일부 장관과 차관이 동시에 출격한 건 처음”이라며 “남북관계를 복원하고 별도의 회담으로 이어갈 수 있는 기반을 만들자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남북 장성급회담 등에 대표로 참석했던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남과 북의 회담 대표 면면을 보면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문제에 집중하면서도 남북관계 현안을 논의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 전종수 부위원장, 회담 15년 경험 

남북 고위급회담

남북 고위급회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1일 신년사에서 “북한 대표단의 평창올림픽 참가 용의”를 밝혔고, 남측 정부 역시 이들을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북한 대표단의 방한과 관련한 실무 문제 합의에는 큰 이견이 없을 전망이다.

회담 경험이 없지만 실무에 밝은 노태강 2차관-원길우 부상, 김기홍 차장-이경식 위원 등 다음달 9일 개막하는 평창 겨울올림픽 실무를 책임지는 이들이 대표단에 이름을 올린 건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안문현 심의관이나 황충성 부장은 회담을 보좌하는 역할을 할 전망이다.

가장 관심을 끄는 건 조명균 장관-천해성 차관과 이선권 위원장-전종수 부위원장 조합이다. 이들은 각각 풍부한 회담 경험을 지녔다. 조 장관은 2차 남북 정상회담(2007년) 통일비서관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2011년 사망)의 회담에 배석했다. 통일부 교류협력국장 시절엔 장관급회담과 개성공단 조성을 위한 남북 실무회담 대표를 역임했다. 천해성 차관 역시 2014년 남북회담 본부장으로 ‘남북개성공단 공동위원회’ 회담을 진두지휘하고, 남북 실무접촉(2013년 6월)을 비롯해 회담 대표로 나선 적이 있다. 두 사람은 각종 회담 전략회의에 전략을 짰던 전략통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평창 외 이산 상봉 등 현안 논의 주목” 

북한의 이선권 수석대표는 남북 군사실무회담 등 군사회담을 통해 잔뼈가 굵었다. 2006년 10월 남북 군사실무회담(28차)에선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와 관련해 남측 대표(문성묵 당시 대령)의 TV 출연을 문제 삼아 “회담 대표가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하고 다닌다”며 회담장에서 언성을 높이는 등 대표적인 강경파로 꼽히는 인물이다. 현재 통일전선부장인 김영철 전 정찰총국장의 오른팔로 여겨진다. 정부 당국자는 “조평통을 당에서 내각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김영철이 적극적으로 위원장에 천거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전종수 부위원장 역시 북한의 대표적인 회담꾼이다. 그는 2003년 10월(12차)부터 2007년 12월(21차)까지 남북 장관급회담 북측 대표로 수석대표(북측은 단장)를 보좌했다. 또 2015년 12월 개성에서 열린 제1차 남북 당국회담 북측 대표를 맡는 등 현장 경험의 소유자다. 남측은 돌아온 남북회담 전문가들이, 북측은 강경파와 회담통이 조합을 이뤘다.

결국 평창 겨울올림픽을 남북관계 복원의 계기로 삼겠다는 정부의 구상은 ‘선수’들 간의 싸움, 즉 회담의 키를 쥐고 있는 조-천 조합과 이-전 라인의 진검승부에 달려 있는 셈이 됐다. 김진무 숙명여대 국제관계대학원 교수는 “이번 회담은 핵 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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