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소통의 가치를 되새긴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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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5호 30면

소통 카페

호모 사피엔스는 현재 인류의 직계 조상으로 ‘지혜로운 인간’이라는 호모 속(屬)에 속하는 종(種)이다. 사피엔스가 동아프리카에서 진화를 시작한 건 20만 년 전. 모로코에서 발견된 사피엔스의 화석이 30만 년 전이라는 독일 막스 플랑크 연구소의 발표가 사실로 판명되면 기원은 10만 년이 더 앞선다.

현재 과학적으로 추정하는 과거 시간의 최대치는 빅뱅으로 우주가 탄생한 135억 년 전이다. 지구는 45억 년 전에 형성되고, 유기체 생물이 등장하는 건 38억 년 전이다. 인간 영장류와 침팬지의 최후 공통 조상의 출현은 600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호모 속으로 분류되는 인류의 형제 조상이 나타나는 건 250만 년 전으로 본다(『언어인간학』, 김성도).

사피엔스는 하빌리스(손재주가 있는 인간), 에렉투스(곧바로 선 인간), 네안데르탈인(독일 네안데르 계곡에서 발견), 데니소바(시베리아 알타이산맥 데니소바 동굴에서 발견) 처럼 등장했다가 소멸한 다른 종과는 달리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힘이나 전투력에서 사피엔스를 압도하는 다른 종이나 동물들을 오히려 제압했다. 이제는 오대양 육대주를 넘어서 생명과 우주의 창조 비밀을 엿보려고 한다.

사피엔스가 다른 종들을 정복하고 승리자가 된 비밀은 무엇일까. 어떻게 연약한 인간이 의식주와 생존을 위한 가혹한 투쟁을 이겨내고 혹독한 지구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며 문명을 일궈냈을까. 유력한 이유는 사피엔스만이 언어를 발명하고 의사소통 할 수 있는 능력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음성과 언어를 사용하여 현실을 정교하게 표현하고 타인과 소통할 수 있는 ‘언어능력’이 수동적이지 않고 능동적으로 현실에 대처하며 창조적인 사고를 할 수 있게 진화를 유도한 거다. 언어능력을 통한 소통이 인류를 생물학적 욕구와 생존의 본능을 뛰어넘어 문명을 일군 원천이라는 것이다.

‘호모 커뮤니쿠스(homo communicus)’는 ‘소통하는 인간’을 의미한다. 라틴어 호모와 의사소통을 지향하는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에 ‘인간’을 표현하는 접미사 ‘쿠스(cus)’의 합성어다. 소통을 통해 상호이해의 폭을 넓히고 의미를 공유하려는 인간관을 의미한다. 지구에 사피엔스의 제국을 건설하는 데 기여한 소통하는 인간관의 무한한 가치를 밝혀내야 한다. 기존의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인간관으로는 부족하며 상생하고 공존하는 인간 공동체를 위한 지혜가 있을 것으로 필자는 생각한다.

인간은 소통을 통해 타인과 집단을 이해하고 다양한 공동체와 사회에 일체감을 느낀다. 소통이 없으면 갈등과 분쟁이 뒤따르고 타인과 집단, 공동체와 사회에 대해 진정한 일체감을 형성하지 못하고 반목한다. 사피엔스의 지속적인 번성과 행복을 위해서는 산업혁명적 패러다임이라는 발전모델 일변도에서 탈피해 소통의 가치를 접목하는 게 필요하다. 2018년은 소통하는 인간관에 대해 교육하고, 소통이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 사회에 제도화되는 원년이 되기 바란다.

김정기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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