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매티스 “한·미훈련 연기는 올림픽 때 군수지원 힘든 때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주한 미8군 사령관 이·취임식이 5일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K-6) 콜리어 체육관에서 열렸다. 이날 취임한 마이클 빌스 신임 사령관(중장·앞줄 왼쪽)이 부대기를 받고 있다. 신임 빌스 사령관은 취임사에서 ’한·미 동맹을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앞줄 오른쪽은 토머스 밴덜 전 사령관. [사진공동취재단]

주한 미8군 사령관 이·취임식이 5일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K-6) 콜리어 체육관에서 열렸다. 이날 취임한 마이클 빌스 신임 사령관(중장·앞줄 왼쪽)이 부대기를 받고 있다. 신임 빌스 사령관은 취임사에서 ’한·미 동맹을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앞줄 오른쪽은 토머스 밴덜 전 사령관. [사진공동취재단]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은 4일(한국시간) 한·미 연합훈련을 평창 겨울올림픽 이후로 연기하는 이유에 대해 “현실적 문제(practical matter) 때문”이라고 설명했다고 AFP·로이터 등 외신들이 전했다. 4일 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올림픽 기간 중 연합훈련을 하지 않기로 합의한 사실을 재확인하면서다.

“북 움직임이 화해 손짓인지 의문 #남북대화는 국제적 압박의 결과” #"북, 미 굴복으로 오판 않게 말한 것" #한·미, 키리졸브 4월 말 개시 합의

매티스 장관은 “(올림픽 기간 중) 한국 전역에 관광객과 경비를 서는 경찰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하는데 이는 병참에서 악몽(logistical nightmare)”이라고 말했다. 병참(logistics)이란 전투력 유지를 위한 각종 지원 업무를 총칭한다. 연합훈련 기간 중 1만 명(지난해 기준)의 미군 병력과 이들이 사용할 장비·물자가 미 본토와 해외 미군기지에서 한국으로 이동한다. 이 때문에 올림픽과 연합훈련이 겹칠 경우 군수지원 등이 힘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연합훈련 연기는 (올림픽과의 일정 중복을) 피하는 것(de-conflict)”이라며 “북한의 움직임이 진짜 화해의 손짓(olive branch)인지 모르기 때문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남북대화는 분명히 국제사회의 압박이 이룬 결과”라고 평가했다.

양국 정상과 매티스 장관이 언급한 연합훈련은 매년 3월께 열리는 키리졸브(KR) 연습과 독수리(FE) 훈련이다. 키리졸브 연습은 컴퓨터를 통해 진행하는 모의전쟁 훈련이다. 독수리 훈련은 미군 증원병력이 한국에 도착한 뒤 야외에서 실제 기동을 하는 훈련이다. 1994년 팀스피릿(TS) 훈련이 폐지된 뒤 유일하게 한·미가 대규모 병력을 투입해 벌이는 연합훈련이다. 주한미군이 한반도 전장 환경을 익히고, 유사시 미군 증원병력이 한국에 전개하는 절차를 습득하는 목적을 갖고 있다. 북한도 매년 맞대응 성격의 훈련을 시행한다.

매티스 장관은 왜 연합훈련의 연기가 병참적 문제 때문이라고 말했을까. 신원식 전 합참 차장은 “연합훈련 일정이 뒤로 밀리면 미군 증원병력의 핵심인 예비군과 주방위군 소집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규모가 줄 수밖에 없다”며 “그럴 경우 북한이 자신들의 요구에 한·미가 굴복했다는 오판을 하지 않도록 미리 선을 그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지난 1일 신년사에서 “년례적(연례적)이라는 감투를 쓴 전쟁연습소동(연합훈련)을 걷어치울 것”을 주장했다.

현재 한·미 군 당국은 4월 18일 사전훈련을 벌인 뒤 같은 달 23일 키리졸브 연습을 시작하기로 잠정 합의했다고 복수의 군 소식통이 전했다. 독수리 훈련의 규모와 종료 시점은 양국이 협의 중이다. 하지만 북한이 가을(북한 정권 70주년인 9월 9일)까지 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수석연구원)도 나온다.

관련기사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인 문정인 연세대 명예교수는 이번에 연기된 키리졸브 연습과 독수리 훈련을 8월에 열리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과 합쳐 올해는 연합군사훈련이 한 번만 열릴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은 남북대화를 통해 연합훈련을 가을로 연기→축소→중단 등 목표를 잘게 잘라 하나씩 관철하려는 ‘살라미 전술’을 펼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의 전략자산을 가을까지 한국에 전개하지 말 것을 요구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매티스 장관은 5일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확장억제 등 한국에 대한 방위공약을 재확인했다고 국방부가 전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