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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정은이 우리 제의 호응” 발언, 참모들 반대했지만 문 대통령이 강행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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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대화 제안에 대한 응답”이라고 설명했다고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3일 전했다.

국무회의 직전 원고 직접 수정 #9일 예정된 일정 연기 지시도

이 관계자는 “김정은의 신년사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다수의 청와대 참모진들은 ‘일단 신중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며 “그런데 문 대통령이 의견을 청취한 뒤 직접 ‘이건 대화 제의에 대한 호응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 발언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북한 대표단의 평창올림픽 파견과 남북당국회담 뜻을 밝힌 것은 평창올림픽을 남북관계 개선과 평화의 획기적인 계기로 만들자는 우리의 제의에 호응한 것으로 평가하며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청와대 인사는 “당초 원고에는 참모들의 조언대로 신중한 표현이 들어갔지만, 문 대통령이 국무회의 직전 원고를 수정해 ‘호응’이라는 문구를 삽입했다”며 “대통령의 판단에 따라 국무회의에서 9일 당국자 회담 제안 등 추후 일정이 속전속결로 논의됐다”고 전했다.

실제로 김 위원장의 신년사가 공개됐던 지난 1일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한국 제안에 대한 응답으로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통령의 제안에 대한 응답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며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문 대통령이 결정을 내린 이후 북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3일 발표문에서 “청와대의 공식입장과 문재인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에 따른 우리의 입장을 밝힌다”며 또다시 대화에 응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발표문엔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이 직접 적극적 지지 의사를 표시하며 대책을 세울 것을 지시했다는 보고를 받고 이를 높이 평가하며 환영의 뜻을 표명했다”며 남북 정상간의 간접적 대화로 해석되는 표현도 등장했다.

문 대통령은 ‘9일 회담’을 제안하면서 당장 9일에 예정돼 있던 공식 일정을 연기하라는 지시도 내렸다. 회담 성사를 염두에 둔 일정 조정이다. 당초 9일에는 신규 장성 승진자에 대한 삼정검(三精劍) 하사 일정이 잡혀 있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대화 국면이 조성된 상황에서 굳이 군사 대결을 연상케하는 일정을 잡을 필요가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만약 9일 남북 당국간 회담이 성사될 경우 문 대통령은 이달 초순으로 예정하고 있는 신년 기자회견에서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조성된 남북 대화 국면에 대한 성과를 발표하는 쪽에 초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원래 청와대는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문 대통령이 합의 파기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외교적 파장이 일었기 때문에 그에 따른 정부의 후속 대책을 신년 기자회견에서 발표하는 것을 검토중이었다.

강태화·위문희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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