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내린 KTB투자증권 경영권 분쟁, 권성문 회장 ‘백기’ 이병철 부회장 1대 주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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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문 KTB투자증권 회장이 물러난다. 경영권 분쟁을 벌였던 이병철 부회장에게 지분을 넘긴다. 이 부회장은 KTB투자증권 1대 주주로 올라선다. 권 회장은 20년 가까이 이끌었던 KTB를 떠나게 된다.

2016년 권성문 회장이 영입했던 이병철 부회장 #이 부회장 1대 주주로 올라서게 돼 #지난해부터 이어진 경영권 분쟁 끝에 #권 부회장 이 부회장에게 주식 넘기는 매매계약 체결

2일 이 부회장은 권 회장과 KTB투자증권 주식 1324만4956주에 대한 매매 계약을 체결한다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했다. 권 회장이 보유한 KTB투자증권 지분 가운데 1324만4956주가 이 부회장에게 넘어가는 계약이다. 매매 대금은 주당 5000원으로 총 662억2478만원이다. 계약금은 10%에 해당하는 66억2247만8000원이다.

권성문 KTB투자증권 회장. [중앙포토]

권성문 KTB투자증권 회장. [중앙포토]

두 사람 간 주식 매매가 마무리되는 시점은 ‘계약 통지서 수령일로부터 2개월이 되는 날’ 또는 ‘금융위원회의 대주주 변경 승인 완료 등 거래에 필요한 정부 승인이 완료되는 날’ 가운데 이른 날짜로 하기로 정해졌다. 늦어도 두 달 안에 두 사람의 주식 매매 계약은 완료된다.

계약이 예정대로 되면 이 부회장의 KTB투자증권 지분율은 현 14.0%에서 32.76%로 늘어난다. 반대로 권 회장의 보유 지분 비율은 현 24.28%에서 5.52%로 내려간다. 이 부회장은 KTB투자증권 1대 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이 계약엔 다른 조건도 붙어있다. 권 회장과 권 회장 쪽 사외이사 2명이 물러나는 내용이다.

두 사람의 경영권 분쟁 발단은 지난해 8월 불거졌던 권 회장의 직원 폭행 논란이다. 권 회장이 직원을 발로 걷어차는 폐쇄회로(CC)TV 영상이 공개됐다. KTB투자증권 측 직원이 폭행 사실을 무마하려 수천만원 합의금을 주며 외부 발설 금지 확약서를 요구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병철 KTB투자증권 부회장. [중앙포토]

이병철 KTB투자증권 부회장. [중앙포토]

권 회장의 배임ㆍ횡령 의혹도 수면 위로 올랐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3월 KTB투자증권 검사에서 권 회장의 배임ㆍ횡령 혐의를 포착, 검찰에 고발했다. KTB투자증권 본사 내 권 회장 사무실과 권 회장의 자택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이 이뤄지기도 했다.

배임ㆍ횡령 혐의로 권 회장이 처벌받으면 대주주 지위가 위태로울 수 있는 상황이었다. 금융사 지배구조법상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대주주 자격을 박탈당한다. 금융 당국은 대주주 자격이 없다고 판단 받은 금융사 최대주주에게 주식 매각 명령도 내릴 수 있다.

 2016년 권 회장은 공동 경영에 나서겠다며 이 부회장을 영입했다. 이후 이 부회장은 KTB투자증권 지분을 늘려서 권 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설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권 회장은 긴급 이사회를 소집하며 경영권에 대한 의지를 확인했다. 공격적으로 KTB투자증권 지분 매입에 나섰다. 지분율을 24.28%까지 늘려가며 이 부회장과의 지분 격차를 벌려갔다.

하지만 2일 권 회장은 이 부회장과의 주식 매매 계약을 체결하며 사실상 경영권 분쟁 패배 사실을 알렸다. 권 회장은 1990년대 벤처 투자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며 ‘투자의 귀재’로 이름을 알렸다. 96년 봉제업체인 군자산업을 사들여 미래와사람으로 사명을 바꾼 후 공격적으로 기업 인수ㆍ합병(M&A)에 나섰다. 2000년대 초 잡코리아와 옥션에 초기 투자를 한 다음 지분 매각 등으로 거액의 차익을 내기도 했다.

KTB투자증권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은 권성문 회장의 '백기'로 막을 내렸다. [중앙포토]

KTB투자증권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은 권성문 회장의 '백기'로 막을 내렸다. [중앙포토]

권 회장은 99년 벤처 투자 전문 기관이었던 한국기술금융(KTB)을 인수했다. 현 KTB투자증권의 모태다. 하지만 권 회장은 이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 끝에 20년 가까이 몸담았던 KTB를 떠나게 됐다.

이 부회장은 다올신탁 사장, 하나금융지주 부동산그룹장, 다올인베스트먼트 사장을 거쳐 2016년 7월 KTB투자증권에 합류했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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