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정부 특별 대책 위헌이다"… 헌법소원 제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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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발표한 암호화폐 특별대책이 헌법재판소 심판대에 오를 전망이다.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이 지난달 28일 암호화폐 관계 차관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날 정부는 암호화폐 거래 실명제를 도입하고 가상화페 거래소 폐쇄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우상조 기자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이 지난달 28일 암호화폐 관계 차관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날 정부는 암호화폐 거래 실명제를 도입하고 가상화페 거래소 폐쇄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우상조 기자

정부가 암호화폐 신규거래를 중단하는 등의 특별대책을 발표하자 암호화폐 전문가와 투자자 사이에서 산발적으로 불만이 제기되는 걸 넘어 현직 변호사가 헌법소원을 제기하며 법적 분쟁을 예고했다. 안국법률사무소 정희찬(46·사법연수원 30기) 변호사는 지난달 30일 정부가 발표한 특별대책에 항의하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냈다. 특별대책이 발표되자마자 암호화폐 가격이 떨어져 재산상의 손해를 봤고, 추가 가상계좌 개설이 막히는 등 평등권과 재산권이 침해됐다는 주장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8일 암호화폐 투기 근절을 위해 ^거래소 폐쇄를 위한 특별법 제정 검토 ^거래 실명제(신규 가상계좌 발급 중단) ^검·경 합동 암호화폐 범죄 집중단속 등의 특별대책을 발표했다.

암호화폐 광풍 속 정부, “투자가 아닌 투기가 되고 있다” #정희찬 변호사 “정부 규제는 아무 근거없는 초법적 조치” #투자자들 “가격 폭락 국가에서 책임져라”

정 변호사는 암호화폐 거래소인 ‘빗썸’을 통해 비트코인에 투자했다가 정부 특별대책 발표로 재산상의 손해를 입었다.

정부 특별대책이 발표된 지난달 28일 오전 비트코인 가격이 10% 이상 급락했다. [사진=빗썸]

정부 특별대책이 발표된 지난달 28일 오전 비트코인 가격이 10% 이상 급락했다. [사진=빗썸]

실제 정부 특별대책이 발표된 지난 28일 오전 8시 2100만~2200만원대를 유지하던 비트코인은 정부 정책 발표 직후 1900만원대로 급락했다. 그는 “정부의 조치는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가상화폐의 가격을 떨어뜨리고 신규 투자자의 진입을 막아 교환가치를 떨어뜨렸다. 국회 입법 등의 정상적 방법이 아닌 행정지도를 통한 이같은 규제는 초법적 조치에 의한 국민의 재산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가격이 급락하자 일부 투자자들은 정부 특별대책에 항의하는 의미로 집회를 열자고 제안했다. 지난달 30일로 예정돼 있던 집회는 무산됐다. [사진=비트코인갤러리]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가격이 급락하자 일부 투자자들은 정부 특별대책에 항의하는 의미로 집회를 열자고 제안했다. 지난달 30일로 예정돼 있던 집회는 무산됐다. [사진=비트코인갤러리]

정 변호사가 암호화폐 특별대책을 ‘초법적 조치’로 규정한 것은 기존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한 암호화폐 거래 자체엔 아무런 위법적 요소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가격이 급등·급락을 반복하며 HRHR(High risk, High return) 자산으로서 투자에 주의를 요구하는 상황이었을 뿐이라는 게 정 변호사의 주장이다. 특별대책에 따라 시중은행에서 암호화폐 거래소에 가상계좌 발급을 중단할 경우 신규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매매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정 변호사는 “가상계좌는 기업이 고객들에게 개별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평범한 입출금 계좌에 불과하다. 은행 거래에 있어 계좌의 개설은 기본이며 금융실명제를 위반하지 않는다면 이를 제약할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특별대책에 대한 헌법적 문제제기에도 금융당국은 강경한 입장이다. 암호화폐 시장이 사실상 투기에 변질되고 있는데다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해킹과 개인정보 유출 등으로 피해가 점차 커지고 있어서다.

지난달 11일 서울 중구의 한 비트코인 거래소 시세전광판 모습. [연합뉴스]

지난달 11일 서울 중구의 한 비트코인 거래소 시세전광판 모습. [연합뉴스]

금융당국 관계자는 “늘 강조해왔듯 암호화폐는 정부나 중앙은행에서 ‘화폐’로 인정하지 않고 있음에도 극심한 가격변동으로 사실상 투자가 아닌 투기로 전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암호화폐를 인정하느냐 아니냐를 떠나서 실명 확인 절차 등을 통해 거래에 따른 위험성을 제거할 필요가 있고 거래소 또한 보안 강화 등 기본적인 안전망을 갖춰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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