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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영의 독서 … 강한 군대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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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시인이자 소설가인 송기원의 절창이 군복 입은 젊은이들을 한순간 숙연케 했다. 얼마 전 '단 한번 보지 못한 내 꽃들'이란 시집을 펴낸 그가 35년 만에 군대를 찾아 젊은이들을 만났다. 민주화 투쟁의 대열에 앞장서 감옥을 수시로 들락거렸던 그가 기억하는 군대는 작가의 섬세한 감수성을 키우기에 적합한 곳이 아니었다. 그런 그가 군대를 다시 찾은 것은 세계 최고의 학력을 가진 장병이 책 한 권 맘껏 읽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작은 소망 때문이었다.

큰아들을 제대시키고 다시 막내를 군대에 보낸 어머니로서 나의 소망도 그렇다. 군대에 책과 문화가 넘쳐흘러 의무 복무 2년이 인생의 빛나는 기간이 되는 것이 개인과 국가에 매우 의미 있다는 신념을 모두와 나누고 싶다. 군인이 무슨 책이냐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전쟁터에까지 이동 도서관을 보내고, 참호 속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는 사이에도 책을 보는 군인들이 미군이다. 독서하는 군대가 경쟁력도 강하다.

군 생활 동안 새로운 지식과 정보에 대한 배움의 기회를 상실해 두뇌와 감성이 퇴보하는 것은 매우 안타깝다. 그 대안이 책과 문화다. 인터넷 등 다양한 매체의 발달로 책 외에도 많은 지식과 정보를 습득할 수 있지만 독서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책은 자신을 알고 세대를 뛰어넘어 세계와 교감하는 통로다. 더욱이 사회로부터 고립된 군대에서 책의 가치는 더욱 소중하다. 그것도 국민의 성원이 담긴 책이라면 얼마나 의미가 클까.

그런 면에서 올해는 뜻깊은 해다. 육해공군은 물론 의무 복무병이 있는 경찰청 기동대와 교도소 경비교도대에 병영 도서관 35곳을 만들어온 시민단체 사랑의 책 나누기 운동본부가 육군 2개 사단에서 '책과 문화가 있는 병영'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국민과 함께 우리 군대를 젊은이들이 좀 더 갈 만한 곳으로 만들고 싶다.

"한 권의 양서(良書)가 대학을 필적한다"는 말이 있다. '국민과 함께 만드는 책 읽는 병영'의 캐치프레이즈는 독서를 통해 '군대(軍隊)를 군대(軍大)'로 만드는 것이다.

민승현 사랑의 책 나누기 운동본부 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