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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스 정치’로 국난 극복하는 무술년 돼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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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4호 02면

사설

다사다난(多事多難)이란 말이 너무나 꼭 들어맞았던 정유년(丁酉年)이 저물고 ‘개의 해’ 무술년(戊戌年)이 다가왔다. 2017년 한 해 한국은 안팎으로 세기적(世紀的) 변화와 도전에 직면했다. 하루가 달리 급변하는 세상은 우리가 더 이상 ‘안주(安住)’하기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음을 실감케 했다.

국내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하고 5월 치러진 조기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하면서 정권 교체가 이루어졌다. 북한 김정은은 6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실험을 도발했다. 검찰은 대대적인 적폐청산 수사를 벌였다. 문 대통령의 공약에 따른 탈원전 정책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일시 중단됐던 신고리 5, 6호기 공사가 공론화위의 권고로 진통 끝에 재개됐다. 내년 최저임금이 16.4% 오른 시간당 7530원으로 결정되면서 노동시장의 변화를 두고 치열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어느 하나 메가톤급 아닌 게 없을 정도로 뜨거운 이슈들이었다.

국제사회도 요동쳤다. ‘미국 우선주의’ 기치를 내건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출범했고,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내세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집권 2기에 들어섰다. 미·중의 대결 구도가 날이 갈수록 치열해져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지경이 됐다. 급변하는 세상의 소용돌이 한가운데 갇힌 한국으로서는 2018년이 그 어느 해보다 중요할 수밖에 없게 됐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국가적 일대 위기가 찾아올 수 있는 상황이다.

숱한 난제가 많지만 무엇보다 북한과 미국 변수가 가장 크다. 핵무력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완성을 앞둔 북한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도발 중단 요구를 순순히 수용하고 대화와 협상의 테이블에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은 북한에 최후통첩성 경고장을 날리며 여차하면 무력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을 시위하고 있다. 일촉즉발의 긴장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는 한반도에서 우리는 불의의 전쟁을 막고 어떻게 해서든 평화적 해결을 끌어내야 하는 운명적 과제를 안고 있다.

한국 단독의 힘으로 이 일을 해내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더군다나 대북정책을 놓고 국론이 분열되고 여야 정치권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환경에서는 ‘운전석’ 역할은 고사하고 끌려다니기 십상이다. 그렇다고 속수무책으로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적어도 국가의 사활이 걸려 있는 외교안보 문제에서만큼은 초당적 협치가 필요하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어디를 둘러봐도 ‘마이너스’의 정치밖에 보이지 않는다. 나라가 누란지위(累卵之危)에 있는데도 모두가 밥그릇 싸움에만 열중이다. 상생이나 플러스의 정치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다. 더군다나 올해는 지방선거도 치러진다. 정당 간에, 좌우 간에 이전투구식 공방이 벌어질 것이다. 평화 시에는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주요 언론과 인사들이 앞을 다투어 한반도에서의 새로운 전쟁 가능성을 예보하거나 예고하는 이런 중대한 국면에선 초당적 대처가 절실하다. 모쪼록 정치권의 대오각성을 기대해 본다.

때마침 2018년은 평창 겨울올림픽이 열리는 해이기도 하다. 우리가 하기에 따라서는 평창올림픽을 일대 반전의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평창올림픽을 잘 활용한다면 대화와 협상으로 갈 수 있는 평화 무드를 조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이런 국가적 대사를 앞둔 중차대한 시점에 위안부 문제를 터뜨려 이웃 나라 일본을 자극하는 셈법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외교안보 문제를 국내 정치에 남용하는 어리석음을 더 이상 범해서는 안 된다. 스스로 우리의 축제에 찬물을 끼얹는데 누구를 탓할 것인가. 북한 핵무장을 막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는 평창올림픽 전후 기간에 ‘고도의 외교’를 발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국론 통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혼자만 살겠다고 하면 우리의 운명이 송두리째 날아가 버릴 수도 있다.

2018년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제헌 70주년이기도 하다. 1인당 국민소득이 처음으로 3만 달러를 넘어서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한다. 단군 이래 가장 부흥한 대한민국이 되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리의 소중한 삶의 터전이 우리 세대만의 것으로 그쳐선 안 될 것이다. 공멸이냐, 공존이냐는 2018년 무술년 우리 하기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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