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꽃밭에서 사는 '백합 박사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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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선(善)과 순결을 상징하는 꽃인 백합(나리)만을 10여년간 연구해 온 충청남도 공무원 3명이 동시에 박사가 됐다.

화제의 주인공들은 충남농업기술원 산하 태안백합시험장에서 8~10여년째 백합만을 연구해 온 이지용(46).이기환(46).홍계완(41)연구사. 이 시험장은 국내 유일의 백합 전문연구기관으로 충남도가 국내 고유의 백합 신품종 육성을 위해 1992년 설립했다.

이지용씨는 지난달 22일 충남대에서, 이기환씨와 홍씨는 배재대에서 지난달 21일 각각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들의 논문은 모두 백합의 신품종 육성과 재배법.특성 등을 소개하는 내용이다.

이지용씨는 백합 신품종 육성을 담당하고 있고 이기환씨와 홍계완씨는 재배기술 개발이 주특기다. 이들은 서로의 도움이 없이는 신품종 개발에 성공할 수 없어 늘 함께 생활한다. 또 수시로 토론하며 지식을 공유한다.

농과대학에서 화훼를 전공한 이들은 모두 "백합의 우아한 자태에 매료돼 연구에 뛰어들었다"고 이구동성이다.

이들의 일터는 시험장 내 실험실과 5천여평의 백합 시험장. 낮에는 주로 시험장에서 백합을 기르고 밤에는 실험실에서 조직배양과 품종에 대한 바이러스 점검 등의 일을 하며 보낸다. 시험장에는 전세계에서 재배되는 백합 4백여종이 자라고 있다.

94년부터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이지용씨는 지난해 해맞이와 달맞이라는 백합 품종 두가지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보통 백합 품종 한개 개발하는데 필요한 기간이 10년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비교적 빨리 목표를 달성했다. 이씨는 올해 2품종, 내년에 2품종을 추가 개발할 예정이다.

서산 출신인 이지용씨는 "수백번의 시행착오 끝에 생육이 왕성하고 꽃 색이 선명한 토종 백합을 개발할 수 있었다"며 "고향인 서산.태안지역 농민들에게 도움을 준 것 같다"며 흐믓해 했다.

이기환씨는 백합연구 경력면에서 다른 연구사들보다 앞선다. 그는 90년 태안농업기술센터에서 이미 백합 재배 연구에 발을 들여놓은뒤 92년부터 시험장으로 일터를 옮겼다. 이와 함께 홍씨는 시험장 창립 멤버다.

이들은 "백합은 우리나라에서 수출하는 화훼의 주요 품목이어서 농가 소득원으로 전망이 밝다"며 "백합 연구를 통해 국내 화훼산업 발전에 이바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태안=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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