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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느님’과 함께 한 모든 순간 감동이었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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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팀을 떠난 투수 니퍼트를 위해 두산 팬들이 돈을 모아 28일자 중앙일보에 게재한 전면광고. [중앙포토]

팀을 떠난 투수 니퍼트를 위해 두산 팬들이 돈을 모아 28일자 중앙일보에 게재한 전면광고. [중앙포토]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팬들이 팀을 떠나는 외국인 투수 더스틴 니퍼트(36·미국)를 위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일간지에 전면 광고를 실었다.

두산 떠나는 투수 니퍼트 기리려 #팬들 십시일반 돈 모아 신문광고 #“한국 선수나 마찬가지라 한글 써”

28일자 중앙일보 B12면에는 두산 유니폼을 입은 니퍼트의 사진과 함께 ‘우리 마음속 영구 결번 베어스 40번, DUSTIN NIPPERT(더스틴 니퍼트)’라는 제목이 달린 전면 광고가 게재됐다. 이 광고에는 ‘선발투수로서 그라운드에 서서 유니폼을 고쳐 입으며 승리를 위한 각오를 다지던 모습. 위기의 순간 삼진 처리를 해내고 수비해 준 동료들을 기다리며 그들의 도움도 잊지 않던 모습. 경기 후 피곤함에도 팬들과의 만남은 소중히 하던 그 모습. 어려움에 처한 아이들에게도 야구를 통해 즐거움과 희망을 주던 당신은 푸른 눈의 한국인. 당신과 함께 한 그 모든 순간은 감동이었습니다. 베어스의 에이스, No.40 니퍼트! 우리 마음속 영구결번으로 남겨두겠습니다.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꼭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며’라는 글이 적혀있다.

특정 선수, 그것도 외국인 선수를 주인공으로 하는 신문 광고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앞서 두산팬들은 지난 2011년 6월 김경문 감독이 팀을 떠날 때 ‘굿바이, 김경문 감독님’이란 광고를 제작해 신문에 실은 적이 있다.

지난 2011년부터 올해까지 7시즌을 두산에서 뛰었던 니퍼트는 최근 두산과 결별했다. 두산은 니퍼트가 30대 후반에 접어들어 기량이 떨어진데다 비싼 몸값으로 인해 고심 끝에 계약을 포기했다. 니퍼트의 올 시즌 연봉은 210만 달러(약 22억원)였다. 대신 두산은 지난 시즌 롯데 자이언츠에서 뛰었던 투수 조쉬 린드블럼(30)과 계약했다.

키 2m3㎝, 몸무게 103㎏의 당당한 체격이었던 니퍼트는 시속 150㎞가 넘는 빠른 볼로 KBO리그를 평정했다. 7년간 185경기에 나와 94승43패, 평균자책점 3.48을 기록했다. 2016 시즌에는 22승3패, 평균자책점 2.95로 활약하며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야구 팬들은 니퍼트에게 니퍼트 이름과 하느님을 합친 ‘니느님’이란 별명을 붙여줬다. 그는 지난 2015년 한국인 아내와 결혼해 ‘니서방’으로도 불렸다. 니퍼트 역시 “두산 유니폼을 입고 은퇴하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팀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다.

그래서 두산 팬들은 팀을 떠나는 니퍼트를 위해 광고를 통해 메시지를 전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이번 기획을 주도한 박성기(48)씨는 “신문광고를 게재하기 위해 12월 중순부터 두산 팬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모금 운동을 벌였다”고 전했다.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모금액을 5만원 이하로 제한했다. 지난 14일부터 22일까지 9일간 진행된 모금운동에는 10세 초등학생부터 60대 남성팬까지 남녀노소가 동참했다. 박씨는 “두산팬인 디자이너가 무료로 광고시안을 제작해 줬다. 메시지를 영어로 제작할까 고민했지만 니퍼트는 한국 선수나 마찬가지여서 한글로도 마음을 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두산팬들은 중앙일보에 실린 이 신문 광고를 액자에 넣어 니퍼트에게 선물할 예정이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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