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자사고, 면접 않고 추첨 선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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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서울 지역 자사고의 학생 선발권을 현재 중2 대상의 고입부터 사실상 폐지하는 것을 검토 중이어서 자사고들이 반발하고 있다. 현재 서울 자사고 22곳은 성적을 보지 않고 지원자 중 모집정원의 1.5배를 추첨해 면접으로 신입생을 뽑는다. 서울시교육청은 면접을 금지해 추첨으로만 신입생을 뽑게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조희연 “현 중2부터 검토” 파문 #서울지역 자사고들 일제히 반발 #“고교 입학전형은 학교장에 권한 #면접 있어도 성적 확인은 못해”

이에 대해 27일 자사고들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고등학교 입학전형은 학교장이 실시하도록 명시돼 있다. 면접을 금지하는 것은 교육감 재량권의 일탈·남용”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조 교육감은 지난 26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중2 대상의 2019학년도 입시부터 자사고의 학생 선발 방식을 ‘완전추첨제’로 변경하기 위해 검토 중”이라며 “자사고에서 완전추첨제가 시행돼야 (자사고가) 우수 학생을 선점하는 특권을 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 교육감의 이런 발언은 교육부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최근 고쳐 2019학년도부터 자사고 등의 신입생 우선선발권을 폐지한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자사고가 일반고와 같은 시기에 신입생을 뽑고 선발도 일반고처럼 추첨만으로 바뀌면 사실상 일반고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자사고 교장은 “조 교육감이 교육부를 향해선 ‘교육자치’를 요구하면서 정작 자신은 일선 학교를 향해 전횡을 휘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은 “학교장이 정한 입학전형은 ‘교육감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는 조건이 달려 있다”며 “자사고가 전형 방식을 완전추첨제로 전환할 때까지 교육감은 입학전형안을 승인해 주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오세목(중동고 교장) 전국자사고연합회장은 “조 교육감은 자사고가 우수 학생을 선점한다고 주장하지만, 추첨은 물론 면접 과정에서도 학생의 내신성적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 ‘자사고 특권’ 운운은 일반고의 경쟁력 저하를 무조건 자사고 탓으로 돌리려는 흑색선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교육부도 조 교육감의 발언에 난감해 하고 있다. 교육부는 최근 현재 중2 대상의 고입부터 자사고 등의 우선선발권을 폐지하면서 전형 방식은 현재대로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선보영 교육부 학교정책과 사무관은 “전형 방식 유지는 중학생들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침”이라고 말했다.

전국자사고연합회는 자사고 폐지 움직임에 맞서 다음달 초 헌법소원과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을 할 방침이다. 연합회는 “건실한 사립고로 운영 중이던 학교들을 자사고로 전환하라고 국가가 설득했고, 학교는 국가를 믿고 자사고로 전환해 운영해 왔다. 정부가 바뀌었다고 국가가 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신뢰 보호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강조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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