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자사고 학생 선발에 면접 없애고 추첨만…사실상 선발권 없애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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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서울교육감이 현 중2가 고입을 치르는 2019학년도부터 서울 지역 자율형사립고 전형 방식에서 면접을 없애고 추첨만 시행하기 위해 법적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김춘식 기자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현 중2가 고입을 치르는 2019학년도부터 서울 지역 자율형사립고 전형 방식에서 면접을 없애고 추첨만 시행하기 위해 법적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김춘식 기자

서울시교육청은 현재 ‘추첨 후 면접’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자율형사립고(자사고)의 전형 방식을 변경해, 내년부터는 면접을 없애고 추첨만으로 선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에 자사고 측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고등학교 입학전형은 학교장이 실시하도록 명시돼 있다”며 “이는 교육감 재량권의 일탈·남용”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조희연 교육감 "자사고 전형, 면접 없이 추첨만" #"현 중2 고입치르는 2019학년도부터 변경 검토" #자사고측 "법령상 입학전형 실시권자는 학교장" #"교육감 발언은 재량권의 일탈 ·남용" 반박 #교육부, 자사고 전형방식은 '기존 유지' 방침 #"학생들의 혼란 최소화 위한 것. 변경 없을 것"

앞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26일 언론인터뷰를 통해 “올해 중학교 2학년이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2019학년도 입시부터 자율형사립고의 학생 선발 방식을 ‘완전추첨제’로 변경하기 위해 법적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교육부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일부 개정하며 2019학년도부터 자사고와 외고·국제고의 신입생 우선선발권을 폐지하고 일반고와 동시에 신입생을 모집하게 조치한 것보다 한 발 더 나아간 것이다. 자사고가 일반고와 같은 시기에 신입생을 모집하고, 선발 방식도 추첨만으로 변경되면 사실상 일반고로 전환한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조 교육감은 “자사고와 일반고의 신입생 동시선발과 완전추첨제가 함께 시행돼야 우수 학생을 선점하는 자사고의 특권을 충분히 완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사고측은 조 교육감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아무 근거 없는 주장으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서울지역 자사고 22곳은 자기주도학습전형을 통해 신입생을 선발한다. 1단계에서 전체 지원자의 내신 성적에 관계없이 정원의 1.5배수를 추첨 선발하고, 2단계는 면접을 통해 학교의 건학이념에 부합하는 학생인지 확인한다.

지난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서울자율형사립고연합회가 연 기자회견에서 오세목 중동고 교장(앞줄 가운데)이 교육부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자사고의 학생 우선선발권을 폐지하는 것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서울자율형사립고연합회가 연 기자회견에서 오세목 중동고 교장(앞줄 가운데)이 교육부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자사고의 학생 우선선발권을 폐지하는 것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연합뉴스]

오세목 전국자사고연합회장(중동고 교장)은 “조 교육감은 자사고가 우수 학생을 선점한다고 주장하지만, 추첨은 물론 면접 과정에서도 학생의 내신 성적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며 “‘자사고 특권’ 운운하는 것은 일반고의 경쟁력 저하를 무조건 자사고 탓으로 돌리려는 흑색선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완전추첨제 도입은 교육부 방침과도 어긋난다”고도 강조했다. 실제로 교육부는 이번에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단지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우선선발권만 폐지했다. 특히 입학전형 실시권자를 학교장으로 두고, 추첨 후 면접으로 진행되는 자기주도학습 전형 등 선발 방식은 그대로 유지했다. 선보영 교육부 학교정책과 사무관은 "자사고 입시를 준비하는 중학생들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침"이라며 "자사고 전형방식은 변경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초중등교육법에서 고교 입학전형을 학교장이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건 맞다. 하지만 학교장이 정한 입학전형은 ‘교육감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는 조건이 달려있다”며 “자사고가 전형 방식을 완전추첨제로 전환할 때까지, 교육감은 학교장이 정한 입학전형안을 승인해주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라 설명했다.

서울의 한 자사고 교장은 “법률의 취지는 입학전형의 출발점이 학교장에게 있다는 것인데, 교육감이 ‘승인’을 무기로 완전추점제를 도입한다는 것은 엄청난 월권”이라고 비판했다. 또 “조 교육감이 교육부를 향해서는 ‘교육자치’를 요구하면서, 정작 자신은 일선 학교를 향해 전횡을 휘두르고 있다”며 “진정한 교육 자치는 학교의 자율권을 인정해주는 데 있다”고 일침을 놨다.

한편 전국자율형사립고연합회는 교육당국의 자사고 폐지 움직임에 맞서 내년 1월 초 헌법 소원과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을 시작할 방침이다. 연합회는 “건실한 사립고로 운영 중이던 학교들을 자사고로 전환하라고 국가가 설득했고, 학교는 국가와 맺은 협약을 믿고 자사고로 전환해 운영해왔다”며 “정부가 바뀌었다는 이유만으로 국가가 협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신뢰보호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강조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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