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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情) 대신 비즈니스, 달라진 한화 협상 테이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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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윌린 로사리오는 2년 연속 준수한 성적을 냈지만 몸값이 오르면서 일본 한신으로 이적했다. [연합뉴스]

윌린 로사리오는 2년 연속 준수한 성적을 냈지만 몸값이 오르면서 일본 한신으로 이적했다. [연합뉴스]

연봉 협상 테이블에 앉은 프로야구 한화 선수들이 울상이다. 달라진 구단 분위기 때문이다. 따뜻한 '정(情)'보다 냉혹한 '비즈니스 마인드'가 우선이다.

평균 연봉 1위에도 하위권 맴돌자 #정 대신 비즈니스로 잇단 삭감·동결 #“2~3년 후 내다보고 젊은 선수 육성”

 2017시즌 KBO리그에서 구단 내 연봉 상위 27명(1군 엔트리 기준) 평균 연봉 1위는 한화다. 3억4159만원으로 평균(2억3987만원)보다도 1억원 많다. 김응용·김성근 감독을 영입하면서 코치진에도 가장 많은 돈을 투자했다. 하지만 최근 5년간 순위는 9-9-6-7-8위다. 2008년부터 올해까지 10년간 포스트시즌에 못 나갔다. 결국 한화 구단은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외부 선수 영입 대신 젊은 선수를 육성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한용덕 한화 감독은 “2~3년 안에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팀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우선 눈에 띄는 부분은 외국인 선수다. 한화는 지난해 외국인 선수에 480만 달러(약 52억원)를 썼다. 메이저리그 경력이 화려한 알렉시 오간도(180만 달러), 카를로스 비야누에바(150만 달러), 윌린 로사리오(150만 달러·사진)를 기용했다. 제 몫을 한 건 로사리오 뿐이다. 나머지 두 명은 부상으로 자주 자리를 비웠다. 이번엔 외국인 선수를 아예 젊은 선수 위주로 뽑았다. 3명 연봉을 합쳐 197만5000달러, 지난해 절반 수준이다. 조인성·김경언·차일목·송신영·정현석 등 베테랑 선수도 대거 정리했다. 1~2년은 뛸 수 있는 선수들이지만 젊은 선수들에게 힘을 싣고, 연봉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과거 한화 구단은 ‘온정주의’가 좌우했다. 좀 부진해도 ‘사기 진작’에 신경 썼다. 2013년의 경우, 2년 연속 꼴찌였지만 재계약 대상자 48명 중 2명만 연봉을 삭감했다. 지난해에도 7위였지만, 78명 중 29명은 연봉이 올랐고, 동결 34명, 삭감 15명이었다. 연봉고과상 ‘동결’이라도 200만~300만원을 올려줬고, ‘삭감’이라야 동결하는 정도였다.

계약 기간을 두고 한화와 줄다리기 중인 투수 안영명. [연합뉴스]

계약 기간을 두고 한화와 줄다리기 중인 투수 안영명. [연합뉴스]

올해는 다르다. 분위기가 살벌하다. 5억원(9억→4억원) 삭감된 이용규가 대표적이다. FA 재신청 여부가 걸려 선수도 흔쾌히 받아들였지만 삭감 폭이 매우 컸다. 개인성적이 좋은 선수도 팀 전체 성적을 고려해 인상폭을 줄였다. 자유계약선수(FA)가 된 정근우·안영명·박정진도 다년 계약을 원하지만, 구단은 최대한 짧은 기간으로 계약할 방침이다.

석장현 한화 운영팀장은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도 최소화할 생각이다. 출전 문제를 놓고 코치진과 선수가 마찰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종훈 한화 단장은 “최근 성적이 좋지 않아 구단도 선수들의 모든 요구를 들어주기 어렵다. 이용규처럼 선수들도 비즈니스적인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달라진 선수와 구단 사이의 협상 기조는 KBO리그 전체로 퍼지고 있다. 내년부터 KBO리그도 에이전트제도를 공식 도입하기 때문이다. 이미 FA 선수나 해외진출 선수들은 에이전트들이 활동했다. 강민호(삼성), 민병헌(롯데)도 대리인이 계약을 주도적으로 진행했다. 2018시즌 뒤부터는 대다수 선수들이 대리인을 선임해 연봉 협상을 맡길 전망이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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