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25년형 후지모리 전 페루 대통령 전격 사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인권침해, 부패 등 혐의로 25년형을 선고받은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페루 대통령(79)이 사면됐다.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 페루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건강이 악화된 후지모리 전 대통령에 대해 인도적 사면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페루 대통령. [중앙포토]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페루 대통령. [중앙포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저혈압과 심장박동 이상 등의 증상으로 전날 병원으로 옮겨졌다.
그는 1990~2000년 페루 대통령을 지낸 일본계 이민 2세다. 아시아계로는 라틴아메리카 사상 최초로 대통령이 됐었다. 그는 2007년 뇌물수수와 권력남용 등의 혐의로 6년형을 선고받은 데 이어 2009년에는 암살단을 조직해 반대파를 숙청한 혐의(인권침해)가 더해져 형량이 25년으로 늘었다. 93세까지 복역해야 하는 처지였다.

쿠친스키 현 대통령 탄핵안 부결 3일만에 # 후지모리 딸 이끄는 민중당이 의회서 탄핵 주도 # 부패ㆍ인권침해 혐의로 2007년부터 복역 #

BBC는 이번 사면 결정이 나온 시점에 주목하면서 ‘뒷거래’ 가능성을 제기했다. 쿠친스키 대통령이 부패 혐의에 따른 탄핵 위기를 간신히 모면한 지 사흘 만에 후지모리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전격 결정했다는 것이다. 쿠친스키 대통령은 후지모리 전 대통령을 사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해왔었다.

쿠친스키의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지난 21일 의회에서 부결되는 데는 후지모리 지지파가 큰 역할을 했다.
페루 정치권에서 후지모리의 영향력은 아직 막강하다. 그의 딸인 게이코 후지모리는 지난해 대선에서 쿠친스키에게 석패했지만 게이코가 이끄는 민중권력당(FP)은 의회를 장악하고 있다. 쿠친스키에 대한 탄핵 압박을 주도한 것도 FP였다. 게이코는 부모가 이혼한 1994년부터 2000년까지 페루의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기도 했다.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딸이자 페루 의회 다수당인 민중권력당을 이끌고 있는 게이코 후지모리. [연합뉴스]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딸이자 페루 의회 다수당인 민중권력당을 이끌고 있는 게이코 후지모리. [연합뉴스]

관련기사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최근 수년간 허리 통증과 위 질병, 설암 수술, 고혈압 등으로 병원을 들락날락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뇌 검진과 오른쪽 어깨 통증에 대한 치료를 받기 위해, 올해 5월과 8월에도 심장질환을 이유로 병원에 입원했다.
문병주 기자 moon.byungjo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