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보다 고금리에 비과세···상호금융 예·적금 '그레잇'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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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회사원인 김성찬(32)씨는 지난달 펀드와 적금상품 만기가 끝나 수중에 2000만원의 돈이 생겼다. 맞벌이로 일하는 부인의 여유자금 1500만원까지 합치면 부부가 운용할 수 있는 자금은 총 3500만원. 김씨는 이 돈을 상호금융 예금상품에 투자하기로 마음먹었다. 한 차례 금리 인상에도 여전히 시중은행 예금금리가 2%대에 머무는 만큼 비과세 혜택을 노려 상호금융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이다.

단위농협, 축·수·신협, 새마을금고 #4년 만에 120조원 넘게 돈 몰려 #지역조합의 조합원 가입해야 혜택 #출자금엔 배당금 주고 소득세 면제 #원금 보장 안돼 자산 건전성 살펴야

김씨는 “액면상의 금리는 저축은행보다 낮고 시중은행과도 큰 차이가 없지만 이자소득세가 붙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으로 느껴졌다”며 “요즘같이 이자 받기 어려운 시대에 상호금융은 비과세 혜택 덕분에 알뜰하고 안전하게 투자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상호금융권에 돈이 몰리고 있다. 시중은행보다 금리가 높은 데다 비과세 혜택이 적용돼 ‘알짜 수익상품’이라는 인식이 생기면서다. 특히 새로운 가계자금 운용처를 찾는 사람들에게 상호금융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1인당 3000만원까지 투자 가능한 데다 출자금에 대해선 배당금 혜택까지 받을 수 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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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금융은 단위농협과 축·수협, 새마을금고, 신용협동조합 등 조합원에게 자금을 받아 운용되는 금융협동조합을 말한다. 시중은행이나 저축은행 등 다른 금융기관 상품과 차별화하는 가장 큰 혜택은 이자에 대한 소득세가 면제된다는 점이다. 시중은행에 예금을 맡겼을 경우 이자소득에 대해 15.4%(이자소득 14%+농어촌특별세 1.4%)의 세금이 붙지만 상호금융은 농특세 1.4%만 부담하면 된다.

비과세 혜택은 투자자가 받는 전체 이자소득에 대해 적용되기 때문에 예·적금 상품의 수익률을 크게 높이는 역할을 한다. 실제 3000만원을 금리가 연 1.5%인 은행 예금과 금리 연 2.0%인 상호금융 예금상품에 1년간 맡겼을 경우 약 65%의 수익률 차이가 생긴다.

시중은행의 경우 1.5%의 금리가 적용돼 45만원의 이자가 생기지만 이 중 6만9300원의 세금을 제외하면 총 이자소득은 38만700원이 된다. 반면 상호금융은 2%의 금리에 따라 60만원의 이자가 붙고, 세금 또한 8400원에 불과해 총 59만1600원의 이자소득이 생긴다.

상호금융 수신액이 빠르게 느는 건 이런 비과세 혜택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3년 12월 말 기준 400조8340억원이던 상호금융 수신액은 매년 약 25조원씩 늘어 지난 10월 말 기준 527조원을 넘어섰다. 약 4년 만에 120조원이 넘는 돈이 몰린 셈이다.

상호금융 상품을 이용하기 위해선 우선 본인의 주민등록상 주소지에 있는 지역조합을 찾아가 조합원으로 가입해야 한다. 통상 1만~5만원을 맡기면 해당 지역조합에서 출자금 통장을 만들어준다. 출자금은 조합원이 해당 조합에 투자하는 금액으로 배당 수익이 지급된다. 조합은 통상 매년 1분기에 총회를 열어 경영성과를 평가한 뒤 배당 지급액을 결정한다. 또 출자금은 1000만원 한도로 소득세(14%)가 면제되는 혜택도 있다.

다만 출자금의 경우 해당 조합에 대한 투자금 성격이기 때문에 원금 보장 혜택이 없다. 조합 차원에서 추진한 사업의 적자가 심해지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 원금을 날릴 수 있다는 의미다. 또 출자금은 조합원이 원한다 해도 출금이 불가능하다.

신용협동조합 관계자는 “통상 상호금융권의 금리는 시중은행보다 0.5%포인트 높은 수준인 데다 비과세 혜택을 고려하면 최종적인 수익률은 크게 차이가 난다. 서민의 재산 형성을 적극 도우란 취지에서 세금 혜택이 적용되는 만큼 1인당 3000만원 한도 내에서 투자하되 출자금을 내기 전 해당 조합의 자산이 건전하고 사업이 경쟁력을 갖는지 등을 우선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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