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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석 의혹 속 UAE 왕족 방한...정부 "사적 방문...정부와 무관"

중앙일보

입력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10일 오후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왕세제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연합뉴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10일 오후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왕세제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연합뉴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아랍에미리트(UAE) 방문 관련 의혹이 계속되는 가운데 UAE 왕가의 일원이 방한한 것으로 확인됐다.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21일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저희는 주한 UAE대사관 요청에 따라서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왕세제의 조카인 자예드 만수르가 탑승한 특별기의 이·착륙 관련 협조를 한 바 있다”고 밝혔다. 임 실장은 지난 10일 UAE 방문시 왕세제와 면담했다.

노 대변인은 “이번 방문은 사적 목적의 방문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적 방문(private visit)의 경우 통상 방문국의 외교 당국이 의전을 맡지 않는다. 아예 방문 사실을 알리지 않는 경우도 많다. 다만 공항 귀빈실 이용 등의 협조가 필요한 경우 외교 채널을 통한 소통이 이뤄진다.

사적 방문을 하더라도 당국자를 면담하거나 공식 행사에 참석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만수르의 경우에는 그런 공식 일정은 없었다는 것이 외교부의 설명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출·입국시 지원 외에 별도로 외교부가 관여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그의 방한은 정부와는 무관한 일정”이라고 말했다.

만수르는 전용기를 타고 20일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해 21일 출국했다고 한다. 그는 입국 목적을 묻는 한 언론의 질문에 한국 여행을 위해 왔다고만 하며 구체적 일정은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방한 기간이 임 실장의 휴가 기간과 겹치면서 만수르와 임 실장이 별도 접촉을 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18일 오후부터 연차휴가에 들어간 임 실장은 22일 업무에 복귀한다.

그는 석유 재벌이자 영국 맨체스터 시티 FC 구단주인 셰이크 만수르 빈 자이드 알 나흐얀 부총리의 아들이기도 하다. 왕가의 의미 있는 메시지를 들고 왔을 수도 있다는 추측이 제기되는 이유다.

당초 파병 부대 장병 격려를 위해 임 실장이 UAE에 갔다고 발표했던 청와대가 소원해진 관계 회복을 위해 방문한 것이라고 입장을 바꾸면서 의혹은 증폭되고 있다. 청와대는 고위 관계자는 21일에는 “추가로 할 이야기가 없다. 왕세제와 나눴던 대화 내용이 나오면 왕정국가에서 또 오해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은 공세를 이어갔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의혹의 핵심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뒤꽁무니를 캐기 위해 UAE 왕실 원전 사업 계약과정까지도 들여다보다 발각됐고, 그래서 국교 단절 및 원전 사업의 엄청난 위기가 초래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가) 지난 정권의 최대 치적이라고 할 수 있는 원전 수주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몰지각·몰염치한 공작을 준비하고 있다"며 "진실을 말하지 않으면 자유한국당이 특단의 입장을 내겠다”면서다.

그가 언급한 '특단의 입장'은 국정조사 요구가 유력하다는 관측이다. 전날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은 “UAE에 나와 있는 국정원 직원이 뭔가 일을 저질러 이를 무마하려 국정원 1차장이 갈 수밖에 없었던 것 아닌가”라며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용호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청와대가)파병부대 위문을 위해 갔다더니 UAE와 박근혜 정부 때 소원해진 관계복원을 위해 갔다고 말을 바꿨다”고 말했다. 이어 "적폐청산을 위해서 전 정부의 적폐를 다 까뒤집는 정부가 왜 박근혜 정부 때 관계가 나빠졌는지 못 밝힐 이유가 어디 있나"고 비판했다.

바른정당도 가세했다. 김세연 원내대표 권한대행 겸 정책위의장은 이날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UAE의 왕세제가 날짜까지 지정해 방문을 요청했다고 한다. 결국 UAE에서 오라고 해서 간 것인데 애초부터 장병 격려 목적이 아니었음이 밝혀졌고 국민을 속이려는 게 들통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야당의 비판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선 직후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에 특사를 보냈는데 중동 지역엔 보내지 않았다"며 "중동 지역 중 우리와 가장 많은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가 UAE라 (임 실장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유지혜·백민경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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