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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환경 규제·동시다발 FTA…내년 한국 기업이 넘어야 할 산은

중앙일보

입력

내년에는 중남미와 동유럽을 중심으로 세계 13개국이 대통령 선거를 치른다. 유럽연합(EU) 정상회의 등 계획된 정상회담만도 41회에 달하며, 100개 이상의 무역협정이 추진된다. 중국에서는 환경보호세법이 발효돼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사업장은 세금을 내야 한다.

중남미 경제 1~3위에 친기업 우파 정부 들어설지 관심 #중국 친환경·공정거래 강화…영국·남아공 등 설탕세 도입 #보호주의 속 양자 FTA 추진 활발…한국 10개 협정 추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이처럼 한국 교역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국의 정치·외교·사회·경제 이슈를 담은 '2018 세계 주요 정치·통상 일정'을 20일 내놨다.

가장 주목받는 점은 중남미 지역의 정치 리더십의 변화 가능성이다. 역내 경제 규모 1~3위인 브라질과 멕시코·콜롬비아가 각각 10월과 7월, 5월 대통령 선거를 치른다. 올해 기준 멕시코는 한국의 10위 수출국이며, 브라질은 20위, 콜롬비아는 59위다.

중남미에서 특히 눈여겨보아야 할 점은 지난 20여년간 남미를 휩쓴 '핑크 타이드'(Pink Tide·온건 좌파 물결)의 종식여부다. 온두라스·칠레·아르헨티나·페루 등지에서 2015년부터 우파 정권이 속속 들어섰다. 친기업 정서의 우파 진영이 브라질·멕시코·콜롬비아 등에 들어서면 한국 수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러시아와 체코·아제르바이잔 등 동유럽 국가들도 대선을 치른다. 이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재신임 여부가 관심이 쏠린다. 이밖에 미국은 연방 상·하원 선거를 11월 치르며, 일본도 자민당 총재 선거를 9월 중 열 예정이다. 중국도 전국인민대표위원회 국가지도자 선거를 3월 시행한다.

2018년에는 주요국의 경제 정책도 다소 달라진다.  중국의 친환경 정책이 한국 기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환경보호세법과 물오염방지법을 내년 1월1일부터 시행한다. 대기·수질오염 물질과 폐기물·소음을 발생시키는 기업·공장에 환경세를 부과하는 내용이다. 오염 물질을 총량 관리하는 한편, 오염물 배출 허가제도 시행한다. 또 반(反) 부당 경쟁법을 개정해 경쟁사의 기업정보를 악용하거나 상표도용·비밀침해·부당경쟁 등을 저지를 경우 사법 처리키로 했다.

외국인 인재와 투자 유치에 팔을 걷어붙인 대만은 채용법 등을 개정해 비자 완화에 나선다. 산업혁신조례를 개정해 올 상반기 투자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법인세 혜택을 늘린다. 자국 기업 육성에 나선 베트남은 세이프가드·반덤핑 관세 등 수입규제를 법제화하는 한편, 중소기업 대출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영국은 설탕세를 전면 도입해 내년 4월 6일부터 설탕 첨가물을 함유한 음료에 리터당 세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내년은 '무역 협정의 해'라고 불릴 만큼 많은 다자·양자 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예정돼 있다. 100개에 달한다.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 물결이 이는 가운데 자유무역의 수혜를 볼 수 있는 나라 간에 협정 준비가 줄을 잇고 있다.

특히 지난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충격을 겪은 EU가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다. 일본·말레이시아·싱가포르·태국·필리핀·인도네시아·미얀마·인도 등 아시아 국가들을 대상으로 동시다발적인 FTA 협상에 나선다. 2010년 EU와의 FTA 체결로 선점 효과를 누린 한국으로서는 앞으로 수출 감소가 우려된다. 유럽은 매년 700억 달러 이상 수출하며, 100억 달러대 무역수지 흑자를 보는 지역이다.

수출 성장세에 한계에 맞닥뜨린 중국도 걸프협력이사회(GCC)와 유라시아경제연합(EEU), 노르웨이·스리랑카·아랍에미리트(UAE)·칠레·캐나다 등과 FTA 체결을 추진하고 있어 경계가 필요해 보인다. 중국은 한국과 주력 수출 품목이 비슷해서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으로 미국 수출에 우려를 안고 있는 멕시코도 EU·브라질·터키·싱가포르 등과 FTA를 추진한다. 이와 함께 EU·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FTA,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추진 여부도 주목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를 펼쳐 TPP 등 다자 간 협정이 난항에 빠지자 되레 양자간 협정이 증가하고 있다"며 "한국은 EU 등과의 FTA 선점 효과를 최대한 늘리는 한편 동시다발적 FTA 추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국은 현재 10개의 무역협정을 추진하고 있다.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비롯해 이스라엘과 유라시아경제연합(EAEU)·몽골·중국·일본 등과 FTA 및 경제연계협정(EPA)을 준비 중이다.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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