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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저당 숨겨둔 돈도 찾아내는 집요한 경기도 고액체납자 압류

중앙일보

입력

경기도 양주시에 사는 A씨(62)는 2012년부터 최근까지 12차례에 걸쳐 세금 1100만원을 체납했다.
"돈이 없다"며 세금을 내지 않던 A씨. 하지만 그는 2015년 B씨가 서울시 종로구 평창동에 산 땅에 "2억1000만원을 빌려줬다"며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경기도는 이 땅이 사실상 A씨의 땅인 것으로 추정하고 최근 압류했다.

경기도청 전경 [중앙포토]

경기도청 전경 [중앙포토]

경기도가 세금을 내지않는 고질적 체납자들이 돈을 빌려준 대가로 받은 근저당권 채권에 대한 압류를 시행했다.
경기도는 지난달부터 이달 중순까지 지방세 체납액이 50만원 이상인 체납자 8만6901명의 근저당권 소유 여부를 전수조사해 299명이 숨겨둔 근저당권 408억원을 찾아냈다고 20일 밝혔다.

경기도, 50만원 이상 고액 체납자 근저당권 전수 조사 #137명이 보유한 부동산 근저당 채권 247억원 압류 # 제 3자 명의로 부동산 구입하고 근저당 설정하는 편법 #도, 압류 후 경매 진행되면 지방세 체납액 우선 징수 가능

이중 부동산과 차량 압류 등을 실시한 체납자 162명을 제외한 137명이 보유한 근저당권 채권 247억원을 압류했다. 이들 137명이 체납한 지방세만 29억원에 이른다. 광역지자체 중 고액 체납자의 근저당권을 전수조사해 압류까지 완료한 것은 경기도가 처음이다.

시흥시에 사는 C씨(67)는 2014년 3월부터 취득세와 재산세 500만원을 체납 중이다. 하지만 2016년 7월 서울시 강서구의 한 아파트에 1500만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한 사실이 발각돼 압류조치됐다.

근저당권 설정 이미지 [중앙포토]

근저당권 설정 이미지 [중앙포토]

남양주시에 위치한 D법인은 2016년 12월부터 취득세 3억2100만원을 체납했다. 그러나 2017년 1월 안양시 만안구의 한 상가에 1억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한 것으로 확인돼 근저당권이 압류됐다.

돈이 있는데도 밀린 세금을 내지 않고 남에게 빌려준 것이다.
경기도는 이들 중 일부는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의도적으로 타인의 명의로 부동산 등을 사고 근저당권을 설정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행 제도는 체납자가 부동산을 취득할 경우 압류 또는 공매처분을 받게 된다. 하지만 제삼자의 명의로 부동산을 보유하고 근저당권을 설정하면 재산을 간접적으로 보존할 수 있다.

지난 6월 경기도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지방세 고액 체납자 압류 물품 공개 매각 행사 모습. 이날 매각된 물품은 총 650점, 감정가 2억 4200만원에 달한다. [중앙포토]

지난 6월 경기도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지방세 고액 체납자 압류 물품 공개 매각 행사 모습. 이날 매각된 물품은 총 650점, 감정가 2억 4200만원에 달한다. [중앙포토]

이에 근저당권을 압류하고 나선 것이다. 근저당권에 대한 압류가 이뤄지면 해당 부동산에 대한 경매가 진행될 경우 체납자가 받을 매각대금 배분금 가운데 지방세 체납액을 우선 징수할 수 있다.
또 근저당권을 압류한 이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여 재산을 숨기기 위해 근저당권을 설정한 경우는 조세범 처벌법에 따라 경찰 등에 고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전영섭 경기도 세원관리과장은 "고질 체납자의 재산 은닉 수법이 날로 진화함에 따라 조세정의 실현을 위한 보다 강력한 징수활동 전개가 절실한 시점"이라며 "물권압류와 병행해 전세권, 가등기 등 체납자가 숨겨둔 채권을 끝까지 조사해 체납액을 징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는 올해 체납자에 대한 외화거래통장 압류, 리스 보증금 압류, 지역개발공채 압류 등을 통해 체납액 21억원을 징수했다.
수원=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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