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간 부시 "핵 협력 기대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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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4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대학에서 크리켓 배트를 들고 스윙하고 있다. 야구와 비슷한 크리켓은 영국·인도·파키스탄 등 영연방 국가에선 국기로 불릴 만큼 인기 스포츠다. [이슬라마바드 AP=연합뉴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하루만 머문 파키스탄에는 큰 선물을 주지 않았다. 부시 대통령은 4일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를 방문해 미국이 인도에 제공하기로 한 것과 같은 핵 협력을 파키스탄에는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인도와 파키스탄은 역사를 비롯한 모든 면에서 완전히 다른 국가"라는 표현을 써 가며 핵 협력 가능성을 일축했다.

뉴욕 타임스 등 미국 언론들은 "미국 정부가 파키스탄에 핵 확산의 전례가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파키스탄에서 '핵의 아버지'로 불리는 압둘 카디르 칸 박사는 1990년대 초부터 북한.이란.리비아 등 미국과 적대 관계에 있는 국가 등에 핵 기술을 팔아넘긴 바 있기 때문이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도 "현재로서는 파키스탄과 핵 협력 협정을 체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은 파키스탄을 방문하기 직전 인도에는 3박4일간 머무르며 원자력 발전용 핵 연료와 기술을 인도에 제공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핵 협력 협정에 2일 합의했다. 협정에 따르면 인도는 민간 핵시설에 대해 국제 사찰을 받는 조건으로 미국으로부터 핵기술과 핵연료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됐다.

미국이 이런 태도를 취함으로써 인도와 역사적으로 앙숙관계에 있는 파키스탄에 큰 불만을 부르게 됐다. 이런 불만을 의식한 듯 부시 대통령은 회담에서 "파키스탄이 이란으로부터 천연가스를 수입하는 것은 반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미국은 이란 핵 문제를 이유로 이란~파키스탄~인도 간의 천연가스관 사업에 경제 제재까지 언급하며 강하게 반대해 왔다. 하지만 이러한 기존의 입장을 철회한 것이다.

한편 미국과 파키스탄의 정상회담 직후 파키스탄 북서부 아프가니스탄 접경지역 두 곳에서 정부군과 탈레반 세력으로 추정되는 무장반군 간의 교전으로 최소 46명의 반군과 정부군 3명이 숨졌다고 현지 군 관계자가 밝혔다.

파키스탄 정부는 이날 부시 대통령의 방문에 맞춰 반미 시위를 벌이려던 정의운동당의 임란 칸 당수 등 야당 지도자들을 대거 가택 연금했다.

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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