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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준 금리인상하자 깜짝 놀란 中

중앙일보

입력

지난 14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올해 들어 세 번째 조치다. 몇 시간 후 중국 인민은행도 ‘일부’ 대출 금리를 올렸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인민은행은 이날 오전 시중은행에 1년짜리 대출자금인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를 0.05%포인트(pt) 올린 3.25%로 상향 조정했다. 역레포(역환매조건부채권) 7일물과 28일물의 금리도 0.05%포인트(pt) 인상해 각각 2.5%, 2.8%를 기록했다. 역레포란 시장에 일시적으로 부족해질 수 있는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민은행이 시중에 유통되는 채권을 매입해 자금줄을 풀어주는 방안이다.

미국 경기가 살아났다. 이에 지난 13일 미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하지만 과거 미국이 살면 중국 수출도 늘어난다는 낙관론은 온데간데없이 중국 당국은 자금 유출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진은 재닛 옐런 미 연준 의장. [사진·자료: 중앙포토]

미국 경기가 살아났다. 이에 지난 13일 미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하지만 과거 미국이 살면 중국 수출도 늘어난다는 낙관론은 온데간데없이 중국 당국은 자금 유출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진은 재닛 옐런 미 연준 의장. [사진·자료: 중앙포토]

MLF 금리는 벌써 올해 들어 세 번째 인상이다. 물론 앞서 말한 ‘일부’에 국한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인민은행이 기준 금리나 지급준비율을 전면적으로 인상한 것은 아니다. 시장은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조치에 맞서 시중금리를 올려 위안화 가치를 안정시키고, 부채 리스크를 덜기 위한 조치로 평가했다. 인민은행은 “미국의 금리인상에 대비한 정상적인 반응”이라며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하지만 시장에선 금리인상을몇 달씩 고민하는 인민은행으로서는 상당히 민감한 조치였다는 반응이 많았다. 지난 6일 블룸버그통신의 설문 결과를 봐도 중국 인민은행이 역레포 금리를 현 수준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답한 이가 응답자의 80%를 넘었다.

중국 인민은행의 기준금리 변화 추이 [자료: 파이낸셜타임스]

중국 인민은행의 기준금리 변화 추이 [자료: 파이낸셜타임스]

실제 중국은 내년에 있을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11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은 미국 금리인상으로 외환시장에서 상당한 자금이 역외 유출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중국 당국이 금리인상와 외환시장 규제 등으로 적극 개입하는 식으로 미국의 조치에 대응할 전망”이라고 했다. 중국의 한 고위 관료의 말을 인용한 WSJ은 또 “미국 기준금리 인상은 중국 경제의 ‘회색 코뿔소(파급력이 크지만 사람들이 잘 인지하지 못하는 위험)’ 격으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회색 코뿔소는 지속적인 경고로 인해 사회가 인지하고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쉽게 간과하는 위험 요인을 뜻하는 말이다. 중국 경제 관료가 회색 코뿔소의 재앙으로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더 주목을 받는 말이다. [사진: CNN MONEY]

회색 코뿔소는 지속적인 경고로 인해 사회가 인지하고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쉽게 간과하는 위험 요인을 뜻하는 말이다. 중국 경제 관료가 회색 코뿔소의 재앙으로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더 주목을 받는 말이다. [사진: CNN MONEY]

아직도 중국발 ‘외화보유액 붕괴’ 트라우마가 여전한 셈이다. 올해 2월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지던 중국 외화보유액 ‘3조 달러’가 붕괴됐다. 지속적인 위안화 가치 하락으로 중국에서 자금 유출이 가속화된 탓이었다. 인민은행이 위안화 약세를 막기 위해 달러를 내다 판 조치까지 더해져 상황은 더 심각하게 돌아갔다. 당시 중국 정부도 추가적인 위안화 가치 하락과 외환 유출을 막기 위해 총력전을 벌였다. 중국 내 다국적 기업들의 해외 송금 및 개인들의 외화 환전 등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여기에 왕서우원 상무부 부부장(차관)까지 직접 나서 “적극적으로 외국 자본을 활용하는 대외개방을 확대하기 위한 20개 조치를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더 거대한 흐름이다. 국제 자금은 언제나 금리가 높은 곳으로 이동할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과거에는 상황이 좀 달랐다. 미국 경기가 좋아지면 중국도 수출경기가 좋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 미국 경기가 좋아진 덕분에 단행한 기준금리 인상 조치가 중국에 시퍼런 칼날이 돼 돌아왔다. 트럼프 정부가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며 중국에 직접 요구하는 사안이 많아졌다. 지난달 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미·중 기업가 대화회의’에서 미·중 양국이 2535억 달러(약 283조원) 규모의 사업 계약을 체결한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중국 항천과기집단공사(CASC)이 미국 보잉사에 총 370억 달러 규모의 항공기 300대를 주문했다. 사진은 미국 시애틀에 있는 보잉사 공장 내부. [사진: 보잉]

중국 항천과기집단공사(CASC)이 미국 보잉사에 총 370억 달러 규모의 항공기 300대를 주문했다. 사진은 미국 시애틀에 있는 보잉사 공장 내부. [사진: 보잉]

중국석유가스천연공사(CNPC)·중국화공집단공사(CNCC)·중국은행이 공동으로 미국 알래스카 천연가스 개발에 투자하는 건(450억 달러)을 시작으로 중국투자공사(CIC)가 미국의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와 손잡고 하는 미국 제조업 투자(50억 달러) 그리고 중국 항천과기집단공사(CASC)이 미국 보잉사에 항공기 300대를 주문(370억 달러)하는 건까지. 비록 양해각서(MOU)였지만, 중국의 역대 최대 대미(對美) 투자 규모였다.

결국 내년에 계속될 미국 기준금리 인상은 중국 경제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시장에선 중국의 부채 문제가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왕타오 UBS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앞으로 미국이 금리를 두 배 이상 인상하면 중국 인민은행은 내년 3분기에 기준금리를 전면적으로 조정해야 한다”며 “중국 내 막대해진 부채 문제가 다시금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왕타오 UBS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앞으로 미국이 금리를 두 배 이상 인상하면 중국 인민은행은 내년 3분기에 기준금리를 전면적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셔터스톡]

왕타오 UBS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앞으로 미국이 금리를 두 배 이상 인상하면 중국 인민은행은 내년 3분기에 기준금리를 전면적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셔터스톡]

이 같은 상황에서 중국 당국은 중국 내 부동산, 인프라 투자, 기업 부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리와 외환 문제는 물론 거시경제 정책을 어설프게 펼치면 언제든지 ‘외화보유액 붕괴’ 트라우마는 재현될 수 있는 뜻이다. WSJ,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은 이미 중국 당국이 비상 계획 수립에 돌입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차이나랩 김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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