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변혁 따라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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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노태우 대통령은 5일 취임사에서「새시대의 개막」을 선언했다. 대통령들이 첫취임에서 새시대를 선언하는 것은 역사상 흔한 관례에 속한다. 그러나 제6공화정의 첫 대통령으로서의 새시대 선언는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지금이 국민의사에 따라 제정된 헌법에 의해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통령의 시대라는 외형적 의미와 함께 우리 국민의 힘과 수준이 과거 어느때보다도 크게 향상돼 있다는 실질적 변화를 배경으로 한 선언이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먼저「민족웅비의 시대」가 열렸다고 선포했다.『동아시아의 변방국가에서 세계의 중심국가로 뛰어오를 민족웅비의 희망찬 새 시대』를 특별히 강조했다.
이것은 반만년역사의 많은 시기를 이민족의 침략과 지배에 억눌려 살아온 민족사적 맥락에서 파악한 오늘의 시대적 의미다.
노 대통령은「민족의 웅비」가 오늘 우리가 추구해야 할 지상의 목표이며 역사적 사명임을 강조했다.
이「민족웅비의 시대」를 실제로 성취하기 위한 하위의 과제로 대통령은 다시 두개의 시대개념을 제시했다.
그 하나가「민족자존의 시대」다. 이것은 대외적인 민족주의 역량의 함양을 강조한 것이다. 외세로부터 민족의 자주를 수호할 뿐 아니라 안으로 민족의 발전을 성취할 때 비로소 가능한 과제다.
노대통령은 우리가 맨손으로 무에서 유를 창조해낸 개척자적 창조력을 지닌 민족임을 강조하면서『능동적인 자기개혁으로 새로운 도전에 능동적으로 응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것은 나날이 격화되는 국제 경쟁 속에서 시련과 고난을 극복하는 떳떳한 우리의 민족상을 가꿔 나가자는 대통령의 의지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다음은「보통사람의 시대」다. 노태우 대통령은 선거과정에서부터 주장해 온「보통사람」의 개념을 취임사에서 다시 거론했다. 이것은 대내적인 민주주의 역량의 함양을 강조한 것이다.
대통령은 민주개혁과 국민화합을 특별히 강조하면서『인권과 자율이 확보될 때 경제도 발전하고 안보도 다져지는 성숙한 민주주의 시대』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물질보다는 정신과 인격을 강조하면서『힘으로 억압하거나 밀실의 고문이 통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하고 『다원화된 사회 각 부문이 생동 력에 넘친 자유를 누리며 스스로의 권능을 다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을 약속했다.
지금까지 집권 보수세력에 의해「이유 없는 반항아」취급을 받아 온 청년들에 대해 노 대통령은『젊은이들의 이상과 꿈을 수용하여 항상 개혁하고 새로워지는 진취적 사회를 만들어 가는데 정성을 다할 것』이라고 밝힘으로써 긍정적 자세를 보였다.
겨레의 웅비를 다짐한「노태우 시대」가 알찬 결실을 보려면 집권층의 철저한「자기변혁」이 따라야 한다. 이것은 병든 구시대와의 철저한 단절과 새 시대를 이끌어 갈 주체세력의 재구성을 통해서 가능하다.
노태우 대통령이「민족자존」과「보통사람」을 강조한 것은 민족의 실체인 국민대중이 역사의 주체임을 인식하고 모든 국민의 협력과 헌신을 통해서만 「민족의 웅비」가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유·평등·평화·행복이 가득한 희망의 나라』는 국민과 지도자가하나가 될때 비로소 이땅에 실현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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