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구 대통령 사상 첫 "악수교대"|「민주-화합 시대」기대 가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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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연희동에서 청와대로, 청와대에서 연희동으로 신·구 대통령이 헌정사상 첫「임무교대」 를 하는 날 거리는 조용한 가운데 차분한 기대로 술렁였다.
민주·화합 새 시대「보통사람」이란 구호를 실천하듯 전에 없이 검소하게 치러진 이·취임식 행사장과 신·구 대통령이 들고 나는 연희동∼청와대 연도는 예의 군중 강제동원이 없었던 탓인지 눈에 띄게 조용한 편이었으나 연희동에선 동네사람들이 두 대통령의 사저에 모여들어 따뜻하게 환송·환영했고, 연도에서 이·취임행렬에 마주친 시민들도 간간 손을 흔들어 마음에서 우러나는 인사를 보냈다.
임시공휴일인 이날 많은 시민들은 TV를 통해 취임식을 지켜보며 새 대통령이 억압과 갈등과 대림의 5공화국 상처를 씻고 말 그대로 민주·화합의 새 시대를 열어갈 것을 바랐다.
◇연희동 주변=연희1동 노 대통령 사저주변에는 주민들이 준비한「이웃사촌 모두는 대통령 내외분을 환영합니다」등의 플래카드 3개가 걸려 이른 아침부터 축제분위기.
오전8시45분 자택을 나선 노 대통령은 골목길에서 기다리던 3백여명의 이웃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감색넥타이·싱글 양복차림에 홍성철 비서실장 등 수행원과 함께 집을 나온 노 대통령은 동네 부녀회장 김윤애씨(37 와 반장 김동임씨(39·여)등 주민대표 2명으로부터 꽃다발을 받은 뒤『이곳에 살던 8년간이 내 인생에 가장 많은 변화를 준 기간이었다』면서『이웃 여러분께 꼭 보답하겠습니다』라고 인사한 뒤『앞으로 자주 오겠습니다』라고 약속.
◇연도=노 대통령이 탄 승용차는 연희동을 떠나면서 경호차량 6대의 호위 속에 교통통제 없이 일반 차량 속에 섞여 이대입구∼서소문∼세종로를 시속60∼70km의 속도로 달렸으며 이대입구에서는 앞서가던 승용차에 막혀 대통령 차량행렬이 잠시 멈추기도.
차량행렬이 지나는 동안 연희동 주변에서만 50여명이 길가에서 태극기를 흔들었을 뿐 환영인파는 없었다.
◇청와대 주변=세종로·적선동 등 청와대 주변 일대에는 전·현 대통령이 여의도 취임식장으로 출발한 오전 9시40분쯤부터 10분간을 제외하고는 교통통제가 없는 가운데 행인의 통행이 뜸해 한산한 모습.
연도 가로등 전주마다 가로 2m, 세로 1m의 대형태극기가 나부꼈으며 주변 관공서·세종문화회관 등에는「온 국민이 축하합니다」「국민에게 웃음을, 민족에게 번영을」등 국민의 격려와 기대를 담은 플래카드가 내 걸렸다.
한편 국립 중앙박물관과 민속박물관은 새 대통령의 취임을 맞아 이날 하룻 동안 전시실을 무료 개방했다.
◇취임식장 주변=노 대통령이 청와대를 나와 취임식장인 여의도 국회의사당으로 가는 동안 정복차림의 경찰이 30∼50m간격으로 연도를 경비했을 뿐 인파를 찾아볼 수 없어 지금까지의「대통령 행차」와는 대조적.
여의도 행사장에는 비표를 미리 받은 사람만 들어갈 수 있었고 일반시민들의 출입은 통제돼 시민들은 5백m 쯤 떨어진 여의도 광장 쪽에서 취임식을 지켜봤다. 경찰은 이날 여의도로 진입하는 도로의 차량통행을 오전7시부터 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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