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1주전부터 말끔히 정리|떠나고 새 주인 맞는 관가 등 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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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제6공화국 출범을 하루 앞둔 24일 청와대와 노태우 차기대통령 주변, 정부 각 부처는 전두환 대통령을 보내고 노 대통령을 맞을 준비에 여념이 없다.

<청와대 외형분위기 차 분>
25일 주인이 바뀌는 청와대는 외형적으론 아무런 변화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조용.
전두환 대통령은 그간 틈틈이 이사 짐을 연희동 사저로 옮겨 청와대본관과 집무실은 이미 1주일 전부터 말끔히 정리되어 있으며 청와대경내 수리 같은 것도 없다.
경호실 만은 이현우 신임실장이 22일부터 안현태 실장과 합동근무하고 있는데 신구 실장이 모두 육사(17기)동기고 잘 아는 사이라 업무인수·인계가 순조롭게 진행중이고 차장이하 직원들은 거의 변동이 없을 것으로 보고 평상 근무 중.
그러나 비서실 쪽은 총무처장관으로 내정된 김용갑 민정수석을 제외하고 김윤환 실장·김병훈 의전·이진우 정무제1·강우혁 정무제2·박영철 경제·최재욱 공보·이량우 사정·이중근 법무·이재식 총무수석 등 이 다소 심란한가운데 이사 짐을 챙기고 있다.
김윤환 실장·이진우 정무제1 .강우혁 정무제2·최재욱 공보수석은 이미 라이터를 제작, 배포하는 등 출마채비에 들어갔고 신극범 교문수석은 지난16일 교원 대 총장에 취임했지만 나머지 수석들은 아직 거취가 결정되지 않았으며 1급 이하 비서관들은 새 수석 취임 후 진로문제를 논의할 계획들.

<"퇴임후 자세가 더욱 중요">
전두환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날인 24일 평소와 다름없이 새벽5시 반에 일어나 이날 귀국한 장남 재국, 차남 재용씨 부부 및 3남 재만 군 등 가족과 함께 아침 식사.
이어 전대통령은 오전8시 반 집무실에 나와 최재욱 공보수석에게 이임사 준비상황을 챙기고 국제기능올림픽에서 7 연패한 한국대표단에 축전을 치도록 지시.
전대통령은 9시30분 KAL기 폭파사건관련유공자들에게 훈장을 수여한 뒤 10시에 마지막국무회의를 주재.
전대통령은 노태우 차기대통령내외에게 무궁화대훈장을 수여키로 하는 등 안건을 간단히 의결한 뒤 참석자들을 영빈관 리셉션 장으로 초청해 퇴임에 즈음한 심경을 토로하고 담소.
전대통령은『총리이하 모든 공직자가 본인의 퇴임을 불과 몇 시간 앞둔 이 시간까지 조금도 동요 없이 맡은바 소임을 성실히 수행해 줘 감사한다』며『앞으로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 국운 개척의 신화를 창조한시기에 국정의 한 분야를 책임졌다는 긍지와 보람을 간직하자』고 다짐.
이어 전대통령은『과거에는 주요직책을 지낸 분들이 쉬게 되면 딴사람 같이 되어 버리는 수가 있는데 자리를 물려주고 난 다음의 자세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고『우리는 퇴임 후 수범하는 좋은 전통을 확립하도록 노력하자』고 역설.
이에 참석자들이 박수치며 건배를 제의했고 전대통령은 『청와대의 나무 한 그루와 풀 한 포기까지 정성 들여 관리했는데 떠난다니 감회가 깊다』고 토로.
전대통령은 『떠날 날을 기다리다 보니 이 며칠간 남의 집에서 자는 기분이었다』며『여러분들은 자리를 안 준다고 서운해하거나 불만을 가져서는 안되며 정부의 어려움을 당해 봤으니 다음 정부에서 어려움이 생길 때 그 어려움을 국민들에게 이해시키는 홍보요원이 되어 달라』고 당부.
이어 전대통령은 국무위원과 청와대 비서실장 및 수석비서관들과 각각 기념촬영.

<전대통령 환송식 후 입주>
노태우 차기대통령 내외는25일 취임식이 끝난 후 청와대에서의 전두환 대통령 환송 식을 마치고 청와대에 정식 입주할 예정. 청와대비서실장과 수석비서 진용도 마찬가지.
노 차기대통령의 어머니 김태향 여사, 딸 소영 양, 아들 재헌 군 등 가족들도 이날 오후 연희동 자택에서 청와대로 옮기며 연희동 사저는 당분간 관리인만 둘 계획.
노 차기대통령의 삼청동 집무실 팀은 청와대 입주에 앞서 본관의 집기상태를 점검했는데 원래 있던 탁자를 장방형으로 바꿔 26일의 첫 국무회의 때부터 사용할 계획. 주방과 침대는 그대로 예전 것을 사용.
노 차기대통령을 장관·민정당 대표위원시절부터 보좌했던 이병기 보좌 역은 의전비서관, 곽순철 보좌 역은 안살림을 맡을 부속실장으로 내정돼 있으며 김임제 보좌 역은 방송광고공사로 돌아갈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아직 임명되지 않은 법무·민정·사정수석과 외교안보·교육문화특보는 취임 후 임명할 계획인데 아직 비서실 직 제가 확정되지 않아 임명이 의외로 늦춰질 수도 없지 않은 듯.
현재 김병훈 의전수석비서관은 전대통령을 따라 국가원로자문회의비서실장 일을 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안현태 경호실장은 국가원로자문회의 사무처장을 맡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 짐 중 눈에 띄는 것은 민정당 총재실에 걸려 있던 고구려·발해의 만주영토가 표시된 우리나라 지도인데 노 차기대통령은『이것만은 꼭 챙겨 청와대로 옮기라』고 지시했다는 것.
노 차기대통령이 어렸을 때부터 즐겼던 퉁소와 묵화도구 등도 이사 우선 품목에 포함돼 있다.

<전직예우 법률 직접재가>
정부는 24일 청와대에서 전두환 대통령 주재로 제5공화국의 4백58번째이자 마지막 국무회의를 열고 2천5백56일의 국정을 마감.
이날 국무회의는 개의에 이어 김종건 법제처장이 제안한「국가원로자문회의 법률공포 안」과「전직대통령예우에 관한 법률공포 안」을 토의 없이 의결한 뒤 전대통령의 고별사를 끝으로 종료.
의결된 2개 법률의 공포 안은 이 날짜로 대통령의 재가를 얻지 못할 경우에는 새 정부의 국무회의에서 다시 의결되어야 하기 때문에 국무회의가 끝나자마자 전대통령의 재가를 받은 뒤 관보를 통해 곧바로 공고.
그동안 5공화국의 국무회의가 처리한 안건은 공포 안 법률 안·대통령령 안·일반 안·보고 안 등 총 6천3백95건.
지난11일 현직 장·차관에게 훈장을 주기로 의결했다가 여론의 호된 매질을 받기도 한 국무회의는 81년 2월27일의 첫 회의에서 특별사면 안을 의결, 광주사태 관련자와 박대통령 시해사건 관련자 등 3천2백30명을 사면·감형·복권시키기도 했다.
83년10월9일 랭군순국외교사절 합동국민장 계획안이 상정됐을 때엔 빈자리가 하도 많아 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 모두 울음을 머금었다.
또 지난해 6·29선언이후 노사분규가 한참일 때 열린 국무회의는 홍보적 효과를 거두기 위해 헌정사상 처음으로 공개로 열렸다가 보고자인 전경련전무가 몇 가지 틀린 보고를 하는 바람에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남덕우·유창순·김상협·진의종·노신영·이한기·김정렬 총리 등 7년간 7명의 총리가 등장했다. <박보균·이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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