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돌아 이석수에 발목 잡힌 우병우 "동향 보고일 뿐" 혐의 부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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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구치소 대기를 위해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구치소 대기를 위해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우병우(50)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첫 검찰 소환조사(2016년 11월 16일) 후 405일 만인 15일 새벽 구속됐다. 이석수(54) 전 특별감찰관의 수사 의뢰로 처음 검찰 조사실에 들어섰던 우 전 수석은 두 차례 영장 기각 끝에 이 전 감찰관에 대한 사찰 혐의로 구속 수감됐다.

이석수 전 감찰관 불법사찰 혐의 등 #우병우, 첫 소환 뒤 405일만에 구속 #우병우 첫 수사 의뢰도 이석수 '작품' #"형이라고 부른 사람, 사찰 없었다"

우 전 수석은 전날(14일) 권순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로 민정수석실과 국가정보원을 통해 인물들의 세평과 동향 등을 수집해 보고하는 중간 역할을 했을 뿐이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감찰관에 대해선 “내가 형이라고 부른 사람이고 불법 사찰은 없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우 전 수석이 혐의를 전면 부인함에 따라 앞으로 재판에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1년 넘게 이어진 검찰 수사에도 구속을 피했던 우 전 수석의 구속을 이끌어낸 결정적 혐의는 그와 악연을 이어가던 이 전 감찰관에 대한 불법 사찰 의혹이었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은 추명호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을 통해 이 전 감찰관 등에 대한 사찰을 지시하고 보고받은 혐의로 우 전 수석에 대해 11일 세 번째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전 감찰관은 지난해 7월 우 전 수석의 처가와 넥슨의 부동산 거래 의혹이 언론 보도를 통해 불거진 뒤 비위 감찰에 나섰다. 이후 같은 해 8월 18일 우 전 수석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5일 뒤 설치된 특별수사팀(팀장 윤갑근 당시 대구고검장)은 우 전 수석은 물론 이 전 감찰관에 대해서도 감찰 누설 의혹으로 수사를 벌였다. 결국 두 사람은 각각 9월(이석수), 10월(우병우) 사표를 제출하고 옷을 벗었다.

지난 2016년 12월 15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 국조특위 4차 청문회에서 답변하고 있는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중앙포토]

지난 2016년 12월 15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 국조특위 4차 청문회에서 답변하고 있는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중앙포토]

지난달 27일 우 전 수석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 전 감찰관은 “우 전 수석이 당시 ‘선배가 나에게 이럴 수 있느냐. 다음 주만 되면 조용해지는데 성질 급하게 감찰에 착수하느냐’고 불만을 표시했느냐”는 검찰 측 질문에 “섭섭하다는 취지였다”고 답했다. 두 사람은 서울대 동문으로 우 전 수석(사법연수원 19기)이 이 전 감찰관(18기)보다 한 기수 후배다.

우 전 수석은 개인 비위, 국정농단 사건 연루 의혹 등으로 지금까지 총 6차례 검찰 소환 조사를 받았다. 앞서 두 번의 구속 위기는 모두 벗어났다. 검찰 특별수사본부와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청구한 구속영장은 모두 법원의 기각 결정을 받았다. 그는 현재 국정농단 사건을 은폐하는 데 가담한 혐의(직무유기)와 이 전 감찰관의 감찰을 방해한 혐의(특별감찰관법 위반) 등으로 지난 4월 불구속돼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우 전 수석이 구속되면서 박근혜 정부 시절 불거진 이른바 ‘국정농단 사건’ 수사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4일 최순실(61)씨에 대한 결심 공판에서 검찰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최씨에 대해 징역 25년에 벌금 1185억원, 추징금 77억9735만원을 구형했다.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는 징역 6년에 벌금 1억원, 추징금 4290만원을 구형했다. 앞서 6일 김종(56)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과 최씨의 조카 장시호(38)씨는 1심 선고 공판에서 각각 징역 3년과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주요 피의자 중 신병이 확보되지 않은 사람은 최씨의 딸 정유라(21)씨 뿐이다.

감찰 내용을 언론에 누설한 의혹을 받는 이 전 감찰관에 대한 검찰 수사는 1년 넘게 이뤄지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우 전 수석에 대한 신병확보가 끝난 만큼 이 전 감찰관에 대한 수사도 곧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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