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만 핵개발 특혜" 미 의회 일각, 인도와 핵협정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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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3일 인도 남부 도시 하이드라바드에 있는 한 농업대학의 농장을 방문해 전통 농기구를 쓰고 있는 실습생을 돕고 있다. 인도 방문 사흘째인 부시 대통령은 이곳에서 대학생과 기업인들을 만났다. [하이드라바드 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인도가 핵협력 밀월 시대를 열었지만 비난여론도 꽤 있다. 무엇보다 미 의회 일부에서 비판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번 협정은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인도에만 특혜를 인정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의회 내 비판론자들은 핵확산 금지조약(NPT) 미가입국인 인도의 핵개발을 용인하면 북한과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막을 명분이 없어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리처드 루거 상원 외교위원장은 2일 "이번 핵협정과 관련, 80개의 질문을 준비했다. 정부가 하나라도 답변하지 못하면 비준하지 않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하원 에너지통상위원회의 에드워드 마키(민주.매사추세츠)와 프레드 업튼(공화.미시간) 의원 등은 이미 지난해 말 양국 간 핵협정을 반대하는 결의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부시 대통령은 핵협정 체결 다음날인 3일 인도경영대학에서 청년 사업가들과 만나 "인도는 핵확산 금지와 관련, 완전무결한 과거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부시가 인도 경제의 현장체험에 나선 자리에서까지 이런 말을 한 것은 국내외 일각의 부정적 시각과 파키스탄의 불만이 신경쓰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양국의 핵협정이 이행되려면 NPT 미가입국과의 핵협력을 금지하고 있는 미국 원자력법의 개정과 45개국으로 구성된 핵공급그룹(NSG)의 합의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미 의회 일각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현재로서는 인도가 핵시설의 분리를 통해 미국의 지원을 군사 목적으로 전용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만큼 협정 비준과 이행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니컬러스 번즈 국무부 차관은 2일 "인도와 이란을 비교하는 건 우스꽝스러운 일이다. 인도는 북한.이란과 달리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이 있고 국제 핵사찰을 수용할 뜻을 분명히 보여 특별 대접(special treatment)을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NSG그룹에서도 영국과 프랑스가 인도와의 핵협력에 사실상 동참했고 일본.호주.러시아 등 주요 강대국도 특별한 거부감은 보이지 않고 있다. 인도에서는 좌파가 반대하고 있긴 하지만 제1야당으로 최대 정파인 인도국민당(BJP)이 지지하고 있어 역시 별문제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으로선 "미국-인도 간 핵협력은 NPT에 근거해야 한다"는 성명을 낸 중국과, 인도와 핵경쟁을 벌이는 파키스탄의 불만을 무마해야 하는 부담은 있다.

◆ 양국 합의 내용=2일 부시 미 대통령과 만모한 싱 인도 총리가 체결한 민수용 핵 협력 협정에 따라 미국은 첨단 핵기술과 연료를 인도에 공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인도는 1년에 최대 50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분량의 농축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 대신 인도는 22개 원자로 중 12개 원자로에 대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처음으로 수용키로 했다. 또 군사적 목적에 병용돼온 이들 원자로 중 14개를 2014년까지 민수용으로 전환하기로 동의했다.

양국의 군사관계도 강화된다. 미 국방부는 2일 "미국은 인도의 다목적 전투기 구매 요청을 받아들여 첨단 전투기를 제공키로 했다"며 "판매 기종은 이미 성능이 입증된 첨단 F-16, F-18 전투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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