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일정을 취재하던 한국 사진기자 두 명이 중국측 경호원으로부터 집단 폭행을 당하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경호 전문가들이 "한 마디로,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입을 모았다.
전문가들은 통상 사회주의 국가가 서방국가에 비해 1인자에 대한 경호가 더 삼엄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양국의 경호 문화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통상적인 외교 관례상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라는 것이다.
[CNN도 맞았다…중국 공안과 외국 언론의 마찰, 처음 아니다]
그간 중국 공안 등 관계 당국과 외국 언론의 마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주중외신기자협회는 사건이 발생한 14일 성명을 내고 "중국에 주재하는 외국인 기자들이 취재 도중 폭행 당한 사실이 여러차례 있다"며 "중국 정부에 한국 취재진 폭행사건을 계기로 조사와 해명을 요구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2011년, 배우 크리스천 베일이 미국 CNN 방송과 함께 가택연금 중이던 시각장애인 인권변호사 천광청(陳光誠)과의 인터뷰를 시도하던 도중 공안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 중국 공안은 베일 일행의 카메라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고, 이 장면은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겼다.
2015년엔 170여명이 숨진 톈진 폭발사고와 관련해 피해자들이 옮겨진 병원 앞에서 생중계 중이던 CNN 특파원 윌 리플리를 향해 공안과 피해자 가족들이 달려와 고성을 질렀고, 이 모습은 그대로 전세계에 생방송으로 퍼졌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중국의 공안은 우리나라 사법부와 경찰청을 결합한 그 이상의 특수 조직"이라며 "현지 취재 통제가 극단적일 정도로 강할 때가 있는데 이번 사건도 그 일환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곽 교수는 "일단 큰 사건이 터졌으니 앞으로 남은 방중 일정 관련해 취재진 안전을 어떻게 담보할 지 논의하면서, 양국 협의와 지침을 마련하 것이 중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정상 경호 경력자도 "과잉진압으로 볼수밖에 없어"]
이상철 용인대 경호학과 교수는 15일 "우리 기자들을 통제하는 과정에서 마찰이 있었다고 해도 구타 대응은 심각하다"면서 "대통령을 취재하기 위해 승인받은 청와대 출입 취재기자가 폭행을 당했고, 더욱이 국빈이 참석한 행사에서 벌어진 사안인만큼 외교적 문제로도 충분히 커질 수 있다"고 뉴시스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는 "일반적인 경호 규칙에서 안전구역에는 일반인이 일체 접근할 수 없다. 당시 기자들이 안전구역 또는 경호구역 등 어디에 위치했었는지, 현장에 어떤 사람들이 있었는지 등을 살펴볼 필요성은 있다"면서도 "(그러나) 경호 가이드라인을 안 따르면 경고와 설명이 먼저 이뤄져야 하고, 연행은 할 수 있더라도 폭행과 제재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현행범이 아닌 이상 집단 구타는 의아하다"고 밝혔다.
정상 경호 경력이 있는 익명의 경호 전문가도 "아무래도 중국 측의 과잉 대응인 것 같다"며 "아마 사건 현장에서 통제구역이 설정돼 있는데, 중국 경호원들이 우리나라 취재진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진압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전문가는 "중국 경호원들이 상대에게 경호 조치를 따르라 했는데 안 따른다고 생각했거나, 경고를 했는데 상황이 안되겠다 싶어서 그런 식으로 나온 것으로 추측된다"면서도 "그래도 기자가 집단 구타를 당해 입원까지 할 정도면 과잉진압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욱이 한국 대통령이 바로 옆 행사장 안에 있는데 벌어진 사건이다. 한·중 관계가 사드 등으로 민감한 상황임을 중국 측도 알텐데 대단한 외교적 결례"라면서 "중국 경호원들이 경호 규정 이외의 감정이 섞였다는 등 의도성을 의심해보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중국 당국 조사 지켜보는 수밖에]
이번 사건과 관련해 중국 측이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현재로서 한국 측이 할 수 있는 것은 지켜보는 것이 전부라는 분석이다. 중국 당국의 조사 결과에 따라 정확한 사건 경위를 따져보고, 가해자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경호 규칙과 취재 가이드라인 중 상충하는 부분이 있었는지 여부도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리 측은 중국 경호원들에게 대통령과 기자들의 거리를 3m 간격을 유지케 하라고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내용이 이날 현장에 파견된 경호원들에게 정확히 전파됐는지, 이들이 이를 숙지하고 있었는지 여부도 관건이다.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