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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아진 한·미 기준금리 … 내년 3월 역전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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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제54차 거시경제금융회의가 14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정규돈 국제금융센터원장, 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 고형권 기재부 1차관,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유광열 금융감독원 부원장. 이날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금리 인상에 따른 금융시장 상황을 논의했다. [뉴스1]

제54차 거시경제금융회의가 14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정규돈 국제금융센터원장, 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 고형권 기재부 1차관,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유광열 금융감독원 부원장. 이날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금리 인상에 따른 금융시장 상황을 논의했다. [뉴스1]

‘예상대로.’

미, 올 세 번째 1.25~1.50%로 올려 #골드만삭스 “내년 4회 또 인상 예상” #한국, 내년 상반기 인상 어려울 듯 #“0.5%P 차이로는 자금 유출 안 돼” #“대출금리 1%P 올라도 부담 안 커” #한은, 미 상황 봐가며 추가 인상 포석

13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연 1.25~1.50%로 조정하자 시장에서 나온 반응이다. 이번 금리 인상은 올해 들어 세 번째다. 세계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2015년 12월 제로금리에서 벗어난 뒤부터 따지면 다섯 번째 인상이다.

시장의 관심은 내년도 Fed의 행보에 쏠린다. 차기 의장인 제롬 파월 체제에서 금리 정책을 어떻게 펼 것인가. 이날 Fed가 공개한 점도표에 따르면 FOMC 위원들은 2018년에 세 차례, 2019년 두 차례의 금리 인상을 예상했다. 지난 9월과 같았다.

점도표가 공개되자 골드만삭스 등은 내년에 네 번의 금리 인상을 예상했다. 이유가 있다. 일단 미국 경제의 회복세가 완연하다. 3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은 3.0%(연 환산 기준, 전기 대비)를 기록했다. 지난달 실업률(4.1%)은 2000년 12월 이후 1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Fed는 이날 경제전망 자료에서 내년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2.5%로 올려 잡았다. 내년 실업률은 4.1%에서 3.9%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법인세(35%→21%)와 소득세 감면안이 시행되면 1조5000억 달러 규모의 경기 부양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0.8%에 해당한다. 골드만삭스는 2018~2019년 미국 경제성장률에서 감세 기여분을 0.3%포인트 정도로 예상했다. 감세안으로 경제성장률이 0.25%포인트 높아지면 기준금리는 0.5%포인트 더 올려야 한다고 전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Fed의 금리 인상 속도와 규모는 경기 부양이 부추길 물가 상승 속도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Fed가 금리를 예상만큼 올리지 못한다면 그 이유는 물가가 될 것이다. 이번 회의에서도 고민은 여전했다. 닐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Fed 총재와 찰스 에번스 시카고 Fed 총재는 “저물가이기 때문에 금리를 동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가는 여전히 Fed의 목표치(2%)를 밑돌고 있다. Fed는 내년도 물가상승률은 지난 9월의 예상과 같은 1.9%로 전망했다. 하지만 물가가 Fed의 발목을 잡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세 차례 금리 인상을 살펴보면 통화정책 결정 시 물가 목표치에 도달하느냐의 여부는 중요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통화정책 정상화 궤도에 들어선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는 한국에도 부담 요인이다. 한·미 금리 차가 줄거나 역전되면 한국에 투자한 외국 자본의 유출이 우려돼서다. 한은의 계산이 복잡해진 이유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30일 6년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연 1.5%로 인상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에 앞선 선제적 대응의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Fed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서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는 다시 같아졌다.

내년 한국 기준금리 언제 오를까

내년 한국 기준금리 언제 오를까

현재 시장에서는 내년에 한은이 금리를 1~2회 올릴 것으로 보는 시각이 주류다. 특히 내년 상반기 신임 한은 총재 임명과 금통위 위원 교체, 지방선거 일정 등을 감안하면 내년 상반기 금리 인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대세다. 시장의 전망대로 내년에 Fed가 금리를 최대 네 차례 올리고, 한은이 두 차례 인상하는 데 그치면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는 역전된다. 물론 금리 역전을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시각도 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환 거래 비용 등을 감안하면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가 1%포인트는 넘어야 자본이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며 “양국 금리 차가 0.5%포인트 정도면 우려할 만한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금리 역전이 오래가는 것은 한은으로선 부담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씨티와 JP모건 등 주요 투자은행(IB)은 내년 3월 Fed가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 이 때문에 Fed의 금리 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면 한은도 보조를 맞출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추가 인상을 위한 포석도 깔았다. 14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다. 한은은 이 보고서에서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오르더라도 대출자의 추가 이자 부담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처분가능소득이 5000만원인 대출자의 경우 금리가 1%포인트 더 오르면 추가 부담할 이자는 월 6만2500원(연 75만원) 수준이다. 가계부채는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1400조원을 돌파했다. 금리 인상을 고민할 때마다 장애물로 떠오르는 게 가계부채다. 금리를 올리면 빚이 많은 가계의 부담이 늘고, 이는 소비 감소→생산 감소→일자리 감소의 악순환을 불러올 수 있다. 하지만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금리를 올려도 대출받은 사람의 이자 부담이 크지 않기 때문에 한은이 공격적으로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는 명분은 쌓았다고 볼 수 있다.

Fed의 기준금리 인상 결정에도 14일 국내 시장금리는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3년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002% 오른 2.080%에 거래를 마쳤다. 정의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Fed의 금리 인상이 채권시장에 선반영된 측면이 있어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현옥·조현숙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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