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사태, 과학기술학자들 눈에는 …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7면

'과학기술학'분야 연구자들이 황우석 사태를 본격 분석한 논문이 2일 출간된 계간 '역사비평'(2006년 봄호)에 실렸다.

과학기술학은 과학기술과 사회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연구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학문 분야. 과학사.과학철학.과학사회학.과학정책학 등과 관련된 것으로 과학과 인문사회학의 경계에 서 있는 연구분야다. 황우석 사태가 우리 사회에 던진 난제에 대해 '성찰적 과학관'의 입장에서 분석했다.

과학도 압축 성장= 지난 60년 동안 한국 경제만 압축 성장한 것이 아니다. 과학 분야도 예외가 아니었다.

김근배(전북대.한국과학사.사진 (左)) 교수는 '동물복제에서 인간배아복제로-황우석 연구팀의 복제기술 진화'란 글을 통해 '저돌적 압축 성장'의 대표적 사례로 황우석 사건을 분석했다.

선진국과의 엄청난 과학 격차를 한국 과학이 따라잡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했을까. 대기업 공장을 연상시키는 '규모에 기반한 속도전', '월화수목금금금'쉬지않고 연구하는 '강도 높은 노동'등이 불가피했다. 황우석 연구팀은 여기에 하나를 더 추가했으니, 그것이 바로 '연구성과의 과장'이라고 김 교수는 지적했다.

황우석 사건으로 드러난 우리 과학의 압축 성장 실태는 서구 근대과학이 걸어온 길을 상당부분 되풀이하는 것이란 지적도 흥미롭다. 김 교수는 "서구의 근대과학은 세계적 전쟁, 식민지 지배, 생체실험 등과 같은 갖가지 문제들과 얽히며 가속의 페달을 밟아왔다"며 "어찌보면 우리도 서구의 앞선 저돌적 과학발전 방식을 새로운 형태로 답습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고 물었다.

문제는 이제 세계적인 규범과 기준이 과학계에 세워져 있다는 점이다. 후발 주자인 우리는 선진국 과학도 쫓아가면서 동시에 글로벌 스탠다드도 따르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결론적으로 김 교수는 '성찰적 과학관'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연구성과의 과장'은 철저히 지양하되 '규모의 과학'과 '강도 높은 노동'은 투명한 연구집단 육성과 자율적 연구실 운영을 통해 개선해가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과학도 정치적이다 =홍성욱(서울대.과학기술학.(右)) 교수는 '과학기술학은 황우석 사태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란 글에서 "과학은 다중적인 의미에서 정치적"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20세기 이후 과학과 정치는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공생관계에 접어들었다"고 했다. 황우석 연구팀을 비판하며 일각에서 '과학은 정치적이어선 안된다'는 주장을 편 것과 대조된다.

홍 교수는 "우리가 성장을 최고 가치로 추구하고 성장을 위해 과학을 동원하는 것을 정책목표로 잡는 한 제2, 제3의 황우석 사태가 또 발생하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고 경고했다.

이밖에 김종영(서강대.사회학) 강사는 '복합사회현상으로서의 과학과 과학기술복합동맹으로서의 황우석'이란 글을 통해, 황우석 사태를 단순한 논문조작 사건이 아니라 정치적.경제적.이데올로기적.문화적 요소들이 결합된 복합적인 현상으로 분석했다.

배영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