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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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차대전이 끝났을 때 미국은 세계 전체 금의 3분의2를 가지고있었다. 원자탄을 가진 것은 미국뿐이었다.
유럽은 밀려드는 미국의 막강한 군사력과 엄청난 물자에 저항할 도리가 없었다. 바로 그때 언론인 「헨리·루스」는 「미국의 세기 (아메리컨 센추리) 가 왔다」 고 말했다. 「팍스 브리태니카」 의 시대가 가고 「팍스 아메리카나」(미국에 의해 지배되는 평화) 의 시대가 온 것이다.
그 시대변화를 주재했던 미 국무장관 「딘·에치슨」은 그때 「영국은 제국을 잃고 아직 새로운 역할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역설적으로 지금 미국은 그때의 영국과 똑같은 처지에 있다고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최근호가 지적하고 있다.
「태평양의 세기(퍼시픽 센추리)-미국은 쇠락하고 있는가?」란 특집제목에서도 미국인의 당혹감이 잘 나타나 있다.
거기서 존즈 홉킨즈 대학의 「데이비드·칼레오」교수도 「미국이 죽어가는 거인이며 볼품없는 종말로 가는 중」이라고 경고한다.
실제 20세기말의 세계는 심각한 지정학적 중심변화의 과정에 있다. 70년대에 「허먼· 칸」 등은 이미 90년대의 「태평양시대」를 예고한바 있다.
일본은 실제 세계적 경제대국이 되었으며 태평양시대의 리더역을 준비하고 있다. 심지어 코널대학의 「리처드·로스크렌스」 는 2010년까지는 일본이 세계정치의 지도세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태평양시대의 경제력을 행사하는 세력에는 「네 마리 호랑이」 국가인 한국·대만·싱가포르·홍콩 등 신흥공업국 (NICS)들과 중공이 가세한다.
그 시대에 미국이 계속 강대국으로 남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래서 미국인들은 벌써 경계태세를 서두르고 있다.
여론조사결과 응답자의 반수는 무역장벽을 지지했다. 민주당 대통령후보 「겝하트」는 TV광고를 통해 한국상품의 진출을 공격해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그런 위기감 속에서도 양식있는 미국인들은 경계와 자신감을 동시에 구사하길 권한다.
동맹국들에 방위비 분담을 설득하면서 무역장벽은 치지 말아야 미국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태평양 세기」의 도래는 미국의 고뇌를 몰고 왔다. 하지만 우리의 고뇌가 면제된 것은 아니라는 점도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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