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서는] 섬 경제 살리는 체험관광 상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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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주5일 근무제가 확산하면서 많은 사람이 꼭 휴가철이 아니더라도 여행을 떠나고 있다. 최근의 추세는 단순히 보고 즐기는 것이 아닌 직접 체험하는 관광을 좋아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섬 기행은 그 점에서 아주 매력적인 듯하다. 이미 몇몇 지역은 무인도 기행 프로그램까지 내놓아 여행객의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도시인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듯이 섬 주민의 생활은 그리 한가한 게 아니다.

남한에는 전체 섬이 3천1백54개로 이 가운데 무인도가 2천6백89개로 훨씬 많다. 섬이 많은 전남도의 경우 1972년에 유인도는 4백20개였는데 30년이 지난 2001년에는 이중 70개의 섬이 무인도로 바뀌었다.

섬을 찾은 많은 사람은 섬의 아름다운 경치에 대해 그림 같다는 표현을 쓴다. 그러나 그 속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그 말에 대해 거부감을 가진다. 그들에게 섬은 열악한 생활환경을 헤쳐나가야 하는 치열한 삶의 현장이기 때문이다.

열악한 교통.교육.의료 환경과 낮은 소득 등의 생활고 때문에 섬을 떠나는 주민이 해마다 늘고 있다. 남아 있는 주민들 사이엔 노령화가 심각한 실정이다. 전남지역 섬들의 경우 65세 이상 노령인구 비율이 전국 평균 7.1%의 두 배에 달하는 13.9%에 이르고 있다(2000년 기준).

완도군의 경우만 해도 1970년에 14만7천여명이던 인구가 2001년에는 절반 이하인 6만5천명으로 줄었다. 65세 이상의 고령인구는 무려 15.6%에 달한다.

영화 서편제의 촬영지로 유명한 청산도의 경우 65세 이상의 인구비율이 2001년 기준 34.7%로 마을에 초상이 날 경우 60대 초반의 젊은이(?)들이 상여를 메는 모습은 흔한 일이다.

황금어장을 눈앞에 두고도 주민의 노령화와 어업 규모의 영세성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므로 섬에 이주해 살려는 젊은이들을 지원하는 것은 우리나라 어업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도 절실한 일이다. 섬 주민의 경제를 살리는 방안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육지와 가까운 곳은 연륙교를 건설해 접근성을 용이하게 하고, 여객선운송비를 지원해 교통비를 줄이고 교통편도 늘리는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대책은 비단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뿐이 아닌 섬을 찾는 관광객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관광상품 개발은 관광객만을 위한 정책이 아닌 지역민의 삶의 질 향상에 함께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 단순히 둘러보는 관광이 아닌, 관광객들이 지역 특산물 채집과 민속행사 등에 직접 참여하는 체험관광을 늘릴 수 있을 것이다.

관(官)은 지역 주민들이 이 체험관광을 지원하고 그 대가를 받는 방향으로 관광사업을 유도해야 한다. 많은 폐교를 개조해 야영장과 숙박시설로 활용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섬 지방의 의료시설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지원도 절실하다. 환자들에 대한 긴급 수송대책을 준비해야 한다. 또 아름다운 자연환경 보전을 위해 섬과 해안지방에 쓰레기 소각장을 건설하는 노력도 게을리해선 안된다. 한편 늘어가는 무인도를 방치할 것이 아니라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무인도가 관광지가 된다면 자연히 그 주변 유인도의 주민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가게 될 것이다.

무인도에 관광객이 직접 들어가 체험하는 관광상품을 개발해 보는 것은 어떨까. 관광객들이 무인도에 들어가 직접 섬을 개척하고 바깥 사람들은 홈페이지를 통해 그곳의 진행상황을 들여다 보는 관광 상품을 해당 지자체와 관광업체들이 함께 개발해 보는 것도 좋은 방안의 하나일 것이다.

류동훈 광주전남개혁연대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