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판 '폼페이' '탐보라' 베일 벗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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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년 전 화산 폭발로 사라진 인도네시아의 '탐보라'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11만7000명의 목숨을 앗아가 인류가 겪은 최악의 화산 재해로 기록되고 있는 인도네시아 남단 숨바와섬의 탐보라 화산 폭발은 1815년 4월 10일에 발생했다.

4억t의 화산재와 먼지가 나오면서 지구의 기온을 낮춰 이듬해 세계 곳곳의 기후가 서늘해지면서 작물이 심각한 냉해를 입었다. '여름이 사라진 해'로 기록될 정도였다. 이 과정에서 섬 주민 1만여 명과 이들이 살던 도시 전체가 화산에서 흘러내린 재와 용암에 순식간에 뒤덮여 사라졌다. 고고학계에선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묻힌 이탈리아 폼페이에 빗대 이곳을 '동방의 폼페이'라고 부른다.

1일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미국과 인도네시아 발굴팀이 최근 이 화산에서 서쪽으로 24㎞ 떨어진 정글의 한 도랑 밑에서 잃어버린 탐보라 문명의 흔적을 발견했다. 발굴팀이 찾아낸 것은 초가집 한 채와 도자기 주전자, 유리제품, 그리고 숯으로 변한 두 명의 시신 등이다.

발굴 유물로 볼 때 탐보라는 문화적으로 베트남.캄보디아와 유사한 문명사회였다는 게 발굴팀의 주장이다. 20년째 탐보라 문명을 연구하고 있는 미국 로드아일랜드대학의 하랄두르 시구르손 교수는 "2004년 여행 가이드로부터 주민들이 고대 예술품들을 찾아냈다는 말을 듣고 땅을 파헤치기 시작했다"며 "사람.가옥.문화가 타임캡슐에 저장되듯 1815년의 상태로 고스란히 남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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